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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유혼] 이한상 감독의 쇼브러더스판 '쳔녀유혼' 본문

중국영화리뷰

[천녀유혼] 이한상 감독의 쇼브러더스판 '쳔녀유혼'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11.04 10:43

[리뷰 by 박재환  2006/5/3]    <천녀유혼>은 우리나라 홍콩 영화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이다. 이 영화에 출연했던 장국영과 왕조현은 한 때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홍콩배우였다. 그런데 서극 제작, 정소동 감독의 <천녀유혼>은 리메이크 작품이다. 그럼 누가 먼저 만들었을까. 1959년에 홍콩의 이한상 감독이 처음 만들었다. 이한상 감독은 장철 감독과 함께 한 시절 쇼 브라더스 황금시기를 풍미했던 명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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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9년이라.... 하마터면 지금의 한국 영화팬들은 이 영화를 두 번 다신 볼 수 없을 뻔했다. 다행히 몇 년 전부터 쇼 브라더스의 보물 같은 영화들이 디지털 리마스트링되어 DVD타이틀로 출시되면서 이 영화로 다시 한번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출시되었다.

  잘 알려진 대로 <천녀유혼>은 명말청초의 문인 포송령(蒲松齡)의 문집 <<요재지의>>(聊齋志異)에 실린 이야기가 원작이다. 관운이 따르지 않아 평생 글방 서생으로 지내며 글 쓰는 것으로 분을 삭히던 포송령의 걸작 문집 <요재지의>에는 500여 편의 지괴(志怪) 단편소설이 들어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전설의 고향> 류이다. 호금전 감독의 <협녀>도 이 책에서 따온 이야기이다. <<요재지의>>의 <소천>편은 굳은 의지의 한 선비가 구천을 떠도는 여자 귀신의 안식을 찾아준다는 내용이다.

   올곧은 선비 영채신은 북곽현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숙소를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마을 외곽의 폐허가 된 금화사에 머물게 된다. 을씨년스런 이 절에서 잠을 자는 사람은 다음날 모두 시체가 되어버린다. 그 날 영채신은 한 도사(연적화)와 함께 머물게 된다. 밤이 깊어지고 영채신은 여자의 노래 소리에 이끌러 금화사 후문의 별채까지 발걸음을 옮기게 되고 그곳에서 한 묘령의 여자를 보게 된다. 영채신은 섭소천과 함께 족자에 시를 써넣는다. 다음 날 소천은 영채신은 찾아와서 유혹하지만 영채신은 "이럴 순 없소이다."하고 내친다. 영채신이 마을에서 알게된 사실은 섭소천 소저는 10여년 전에 이미 죽어서 묻힌 몸이란 것이다. 섭소천은 혼령이 되어 구천을 헤매다 나쁜 할미귀신에 의해 그곳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소천이 금화사에 유숙하는 남자를 유혹하고, 할미귀신이 피를 빨아먹고 죽이는 것이다. 섭소천은 연적하의 도움을 받아 할미 귀신을 처치하고 소천의 유골을 파내어 그녀의 원대로 고향 땅에 고이 묻어준다.

   나중에 3편까지 만들어진 서극 판 <천녀유혼> 때문에 영채신은 장국영, 섭소천은 왕조현, 그리고 연적하는 우마라는 캐릭터 인상이 깊다. 이한상 감독판 <천녀유혼>에서 영채신 역은 조뢰(趙雷)라는 배우가, 섭소천은 악체(Betty Loh Tih) 라는 배우가 맡았다. 악체는 이한상 감독의 시대극(고전 드라마)에 줄곧 주인공을 맡았던 당시 최고 인기 여배우였다. 안타깝게도 31살에 자살로 삶을 마감한 여배우이다. (같은 쇼 브러더스 인기 여배우 임대(林黛)도 서른 살에 자살했다.)

  <<요재지의>>의 작가 포송령은 명나라가 기울고 (만주족) 청나라가 들어서자 꽤나 상심했고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는 것을 한탄하여 그가 남긴 글 곳곳에 그러한 우국지충이나 민심을 느낄 수 있다. 이한상 감독의 <천녀유혼>에서도 그러한 정치적 함의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금화사에서 영채신이 연적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라 걱정을 나누는 충의지사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영화에서는 연적하의 칼이 할미귀신의 등을 찌르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원작에서는 뒷이야기가 더 있다. 섭소천의 유골을 갖고 고향에 돌아온 영채신 앞에 소천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후 두 사람은 결혼하여 후세를 잇고 번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극 영화와는 달리 CG를 활용한 특수효과는 전혀 없다. 그야말로 아날로그 <전설의 고향> 스타일의 호러영화이다. 그러한 사실만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꽤나 흥미로운 호러물이다. 물론, 국적불명의 특수효과음이나 음악이 꽤나 유치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천녀유혼 倩女幽魂 (1960)  The Enchanting Shadow 
감독: 이한상(李翰祥) 각본: 왕월정(王月汀)
주연: 조뢰(趙雷) 악체(樂蒂)
제작: 소일부(邵逸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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