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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다양성영화의 미래 본문

다큐,인디,독립

[워낭소리] 다양성영화의 미래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9.03.09 17:17

 

 

 워낭소리 전에
 
 
 
  대만 출신의 영화감독 이안에게 베니스 황금사자상과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준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미국 와이오밍 주의 두 카우보이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퀴어 무비이다. 동성애 주제의 영화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비주류 취급을 받는다. 당연히 흥행에서도 별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때는 으레 ‘인디영화나 아트하우드 계열’영화로 ‘다른’ 대접을 받는다. 배우들도 자신이 평소 받던 개런티보다 대폭 할인된 출연료를 받고, 배급(극장개봉)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안 감독의 힘인지 미국사회가 바뀌었는지 <브로크백 마운틴>은 전 세계적으로 1억 6천만 달러라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아트하우스 영화가 이렇게 대박나는 것은 극히 드문 케이스이다. 기대하기 힘들었던 상업적 성공으로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영화에 출연했던 ‘데니스 퀘이드’라는 배우가 제작사를 고소한 것. 데니스 퀘이드는 두 카우보이에게 브로크백 마운틴에 양치기 일자리를 주는 목장주인으로 잠깐 출연한 배우이다. 그는 이 영화가 아트하우스 영화이고 흥행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며 아주 적은 개런티로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이건 일종의 사기라며 1천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재판까지는 안 가고 금액을 밝힐 수 없지만 적당한 보너스가 지급되는 걸로 종결되었다고 한다.
 
 
 
 워낭소리 한국 극장에서 울리다

 
 
 
  요즘 <워낭소리>가 큰 화제이다. 영화관계자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문화계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리곤 정치판에서 앞다투어 <워낭소리> 이야기이다.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작품에는 다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워낭소리>는 한국에서 나온 ‘독립’영화이다. 충무로에서 만들어지는 대중/상업성 영화 말고 ‘어렵게’ 찍은 영화를 흔히 ‘독립영화’라고 말한다. (충무로 상업영화도 어렵게 만들긴 마찬가지지만 체감적으로 그렇게 이해하자!)
 
 
 
  <워낭소리>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그리고 올해 초 몇 개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상영관도 늘어나고, 기사 수도 늘어나며 관객이 눈덩이같이 불어났다. 원래 ‘어렵게 찍은 독립영화’가 일반 극장에 내걸릴 때는 보통 1만 명 미만이다. 1천명 미만이어도 그게 ‘당연하고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런데 맙소사 이 영화는 1만, 5만, 10만, 50만, 100만 하더니 200만을 훌쩍 뛰어넘었다. 상업적인 면에서 보자면 이제 이 영화는 ’브로크백 마운틴‘꼴이 난 것이다!!! 영화는 어땠는가.
 
 
 
 
 
  이 영화는 영화 작품 면에서도 일견 잘 만든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특성상 큰 극장에서 보아도 감동받고 나중에 TV에서 방영되어도 공감할 내용의 작품이다. 이 영화 만든 사람은 이후의 상업적 대성공보다는 진실한 작은 이야기 전달에 힘든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을 것이다.
 
 
 
 
 
  영화는 경상북도 봉화군의 한 노(老)부부와 소 한 마리의 이야기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할아버지와 소가 염려될 만큼 리얼한 이야기이다. 최원균 할아버지는 80살, 이삼순 할머니는 77살. 이들이 키우는 소는 40살이다. 소가 얼마나 오래 사는지 몰랐다. 보통 15년 정도 사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소는 할아버지가 쇠죽도 쑤고 진짜 자연산 풀 뜯어 먹여 키워서인지 40살을 장수한 것이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다. 노부부는 이 소 한 마리로 9남매를 학교 보내고 시잡장가보냈다. 이제 9남매가 도회지로 떠나간 봉화마을 기울어가는 시골집에는 할아버지 내외분만 남았고, 옆 축사엔 40살 먹은 소 한 마리만이 움메~하며 워낭소리를 딸랑거릴 뿐이다. 할아버지는 어려서 한쪽 다리를 다쳐 제대로 걷기가 힘드시다. 할아버지는 소에 수레를 달아 몸을 의지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논으로, 밭으로, 마실 나간다. 할아버지도 힘들고, 소도 힘들고, 보고 있는 할머니는 속에 불이 날 정도이다. 관객이라고 어디 맘 편할까. <워낭소리>가 보여주는 화면은 사실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무 생각 없이 보러간 젊은 세대는 영화보고 나서 쪼르르 인터넷 앞으로 달려가 ‘동물학대’니 ‘노인학대’니 하는 말을 하게 만든다.
 
 
 
  할아버지는 새로 암소를 한 마리 사오고, 그 소가 새끼 송아지를 낳고 이제 적어도 ‘소’ 세대에선 세대교체가 진행된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늙은 소에 수레를 메고는 가파른 경사길도, 시골 길도, 논으로, 밭으로, 산으로, 들로 돌아다닌다. 할아버지도 지치고, 소도 지치고, 할머니도 지치고, 관객도 지치고 말이다. 세월이 한 달 두 달, 한해 두해 가면서 소는 점점 더 늙어가고, 할아버지도 쇠약해져만 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소는 영면하는 것이다.
 
 
 
  <워낭소리>는 우리가 문학작품 속에서 만나게 되는, 또는 한 사람 건네서 듣게 되는 고집불통의 시골 할아버지의 모습을 대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기억의 저 편에 존재했던 그 시절의 삶의 방식이며, 그 시절의 행복지수였다. 이게 무슨 끔찍한 현장체험이란 말인가.
 
 
 
  감독이 우리들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려한 고향과 향수, 아버지/할아버지 세대의 헌신이란것도 기실 할아버지와 소가 나란히 있는 스틸사진 하나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게 이렇게 공감을 받게 되리라고는 할아버지도, 감독도, 제작자도, 영화판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상상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홍보가 굉장히 뛰어난 것도 아닌 것 같다.
 
 
 
 사람과 사랑을 울리는 워낭소리
 
 고맙다 고맙다 참말로 고맙다
 
 사람은 가끔, 마음을 주지만 소는 언제나 전부를 바친다

 
 
 
  <워낭소리>에 실린 선전문구란 것도 너무나 진부한 표현들이라서 실제 맘으로 끌리진 않는다. 전부를 바친다는 표현은 우리가 누렁이를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이야기잖은가. 그런 뻔 한 시골의 답답한 이야기와 뻔한 광고 문구에 사람이 이렇게 몰려든 것은 그야말로 사회학적으로 분석해 보아야할 일이다. 마치 월드컵 때 빨간 옷 입고 시청 앞으로 몰려갔던 것처럼. 어떻게 이런 기이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나로선 답을 알 수 없다.
 
 
 
 워낭소리와 정치판 이야기 
 

 

한나라당 <다양성영화 활성화 지원방안> 정책토론회 (2009-2-26-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

 민주당 국회시사회 (고영재 제작자 - 정세균대표 - 원혜영 원내총무 - 안정숙 전 영진위원장 - 박지원 의원(전 문광부장관) 

 
 <워낭소리>는 청와대가 먼저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영화를 관람했고, 얼마 있다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다양성영화 활성화 지원방안>라는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장관과 강한섭 영화진흥위원장이 나섰고 ‘기존의 독립영화와는 다른 ’다양성 영화‘란 용어도 회자되었다. 그 자리엔 김형오 국회의장까지 나섰다. 그러고 나서 1주일도 안되어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이 영화를 만든 제작자 고영재 대표를 모셔다가 국회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총무, 그리고 아는 사람 다 알지만 안정숙 전 영진위 위원장까지 나서서 '워낭소리‘를 울렸다. 고영재 대표는 자리가 주어지자 그동안 독립영화계가 당한 수모와 한을 늘어놓았다. 고영재의 외침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워낭소리>가 인기를 끌자 요즘 관광버스에서도, 종교단체 강당에서도 <워낭소리>를 틀어댄다고. 아직 DVD가 정식으로 나오기도 전에 엄연히 불법인 동영상이 나돌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다.
 
 
 
  충무로의 작은 울림이 여의도의 거창한 울림으로 변했고 이젠 인터넷에서 대책 없는 ‘공유의 메아리’가 울릴 차례인 것이다. 아마 인터넷으로 보고 나서는 이렇게 200만이 들 동안 울렸던 찬가보다는 ’동물학대‘니 ’답답한 시골할아버지네..‘라는 지극히 ’인터넷적인 단발마‘가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남은 것은? <워낭소리>는 어릴 때 워낭소리를 들어봤거나, 소판 돈으로 학비 내어봤거나, 정지용의 ‘향수’에 감동받았거나, 그도 저도 아니라면 <이웃의 토토로>의 한국적 버전을 기다렸을 한국인에게는 감동과 공감과 사유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뒤에는 돈 계산하기 바쁜 사람이 있을 테고, 이 작품을 빌미로 정치적으로 한 소리 내보려는 무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충렬 감독도, 고영재 제작자도, 그리고 이 땅의 독립영화인들은 다 알고 있다.
 
 
 
  이건 그냥 두 번 다시 있을 수 없는 해프닝일 뿐이라고...
 
 
 
 왜냐? 한국이니까..
 
 
 
  근데 고영재 대표가 국회(의원회관)에서 한 말 중에 하나 공감되는 것은 ‘독립영화’가 멀티 플렉스 같은 일반 상업영화관의 한쪽 구석을 얻어 상영되는 기회보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그 많은 ‘공공기관의 강당’에서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지금도 공공도서관 가면 헐리우드영화 정품 DVD가 즐비하게 구비되어 있고, 주민들은 쉽게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이 그런 상업용 영화 DVD 구매해 놓는 것 보단 이런 것에 공적기금을 돌리는 게 낫지 않을까? 구청, 군청에서 매주 독립영화(워낭소리도 좋지만,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하는 외국의 작품들)를 순회 상영하는 것도 ‘정말 영화산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미래를 위한 적절한 투자가 아닐까. 물론 주민들은 공짜도 보더라도 제발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공적 예산으로 당연히 지급되어 ‘순(順 )순환’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박재환 = 20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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