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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리뷰

[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 소설 따라잡기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12.20 18:45


▲ 29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80일간의 세계일주] 

  
     미국 영화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이루어지는 연례행사인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몇 차례 납득하기 어려운 수상결과가 있었다. 1957년에 있었던 시상식도 그러하다. 이해 최우수작품상 후보에는 [80일간의 세계일주], [우정어린 설복], [자이언트], [왕과 나], [십계] 등 5편이 올랐고 결국 오스카는 [80일간의 세계일주]에 돌아갔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마이클 토드는 메디슨 스퀘어 가든을 통째로 빌어 자축연을 펼쳤는데 18,000명이 몰려 광란의 파티장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과연 영화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이 어울리지 않는 졸작인가.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확실히 역대 작품상 리스트에서 같이 내놓기가 부끄러운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프랑스의 소설가 쥘 베르너(쥘 베른)가 1873년에 발표한 어드벤처 판타지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쥘 베르너 [해저 2만리], [우주전쟁] 등 시대를 앞서가는 SF소설을 쓴 작가이다. 그가 이번에는 80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으로 세계일주를 흥미로운 게임을 펼친다.
 
  영화는 (소설은) 분단위로 세상을 살아가는 영국신사 필리어스 포그 경의 10월 2일은 조금 특별했다. 언제나처럼 11시 30분에 집을 나와 런던의 귀족모임인 리폼 클럽에 출근한다. 그 날 <<데일리 텔레그라프>> 신문에는 인도 횡단철도가 개통되었다는 뉴스가 난다. 카드놀이를 하던 회원들과 갑작스레 내기를 걸게 된다.
 
80일간의 세계일주가 가능하다고.
2만 파운드를 기꺼이 걸겠노라고.
미룰 필요 없이 오늘 밤 8시 45분 도버행 배를 출발하겠노라고.
정확히 80일이 지나 12월 21일 토요일 저녁 8시 45분에 여기 도착하겠노라고.
 
   필리어스 포그 경은 새로 채용된 시종 파스팔트와 함께 세계일주를 떠나게 된다. 먼저 열기구를 타고 대륙을 건너고,  기차를 타고, 배를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이다. 그 과정이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의 연속이다.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에서 투우를 하고, 인도에서 화장당하기 직전인 공주를 구출하고, 미국에서는 인디언과 총격전을 펼치고, 대서양에서는 배의 갑판을 다 뜯어내어 연료를 사용해야 할 만큼 모험의 연속이다.
 
   원작에서는 파스팔트가 프랑스 시종이지만 영화에선 멕시코 출신의 재주꾼으로 등장한다. 원작소설에는 없던 열기구 등장과 스페인 투우장면은 이국적 정취를 위한 거의 유일한 ‘변형’이다. 13개 국가를 돌며 촬영이 이루어진 이 영화에는 68,894명의 엑스트라와 8,552마리의 동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국적 풍광을 충분히 보여주진 않는다. 영화라는 매체가 발명된 초창기에 이미 뤼미에르 등 활동사진가와 흥행사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곳곳을 누비며 별 희한한 종족과 풍속을 필름에 담아왔기 때문에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보여주는 볼거리가 특별히 exotic하지는 않다. 스페인에서의 투우나, 인도에서의 요가, 미국 서부에서의 인디언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운 볼거리라곤 할 수 없다. 어쨌든 제작자 마이클 토드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이 영화를 완성시킨다. 토드는 영화발달사에 이름을 남긴 기술자이다. 시네라마 방식을 만들었고, 토드A.O.라는 혁신적 카메라로 이 작품을 완성시킨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를 받은 다음 해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다. 미망인이 바로 그 유명한 엘리자베스 테일러이다. 리즈는 당시 임신한 상태였다. 유복자의 이름은 마이클 토드 쥬니어.

   195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답게 영화에서 보여주는, 서구인의 눈에 비친 동양은 미개하거나 비천하다. 이 영화에는 수많은 카미오가 등장하지만 워낙 올드 무비 스타라서 이름조차 낯설다. 미국 장면에서 마를렌 디트리히가 나온다지만 알아보긴 힘들다.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 경은 데이비드 니븐이 맡아서, 정말 시계톱니 같은 영국 신사 역을 해낸다. 워낙 특이한 캐릭터인 파스팔트 역은 멕시코 출신의 칸틴플라스라는 배우가 맡았다. 이 배우는 중남미 최고의 인기 배우가 된다. 인도에서 구출되는 아우다 공주 역을 맡은 배우는 셜리 맥클레인이다. 거의 데뷔 초기에 찍은 작품이다. 그녀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다. 

  

▲ 셜리 맥클레인 - 필립 안 - 데이빗 니븐 - 캔틴플라스


   대신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조연이 있다. 파스팔트가 홍콩에서 술에 취해 승선한 증기선 Carnatic호에서 잠이 깨어 처음 보게 되는 승무원이 바로 피터 로레(Peter Lorre)이다. 두꺼비눈이 인상적인 배우이다. 이 영화에는 한류스타(!)도 등장한다. 필립 안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들이다. 필리어스 포그 경이 홍콩에서 만나게 되는 영어가 유창한 홍콩 할아버지 역이다. 당시 필립 안은 수많은 할리우드 작품에서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 역을 맡았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동양인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맡게 되는 역이 거의 비슷하다.
 
   이 영화는 당초 3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질 예정이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 600만 달러가 들었다.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제작비. 지난 반세기동안 미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4천 2백만 달러. 단순 수치로는 미국 내 흥행수익 순위는  1,168위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수치하나 더. 그동안의 인플레를 염두에 둔 수정치(Adjusted for Ticket Price Inflation)로는 4억 2천 5백만 달러에 이르는 흥행액이다. 수정치로 계산한 흥행순위는 43위이다.(2007-10-29 현재). 수정치로 계산한 역대 흥행 1위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무려 13억 2천 9백만달러란다. (박재환 200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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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회 아카데미 5개부문 수상: 작품상,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시상식: 1957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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