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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종교 대서사극 본문

미국영화리뷰

[벤허]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종교 대서사극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12.20 18:35



    학생시절.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 관람을 갈 경우 보는 영화는 거의 정해져 있다. [성웅 이순신]이나 [의사 안중근] 같은 애국영화 아니면 [벤허]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혹은 [아라비아의 로렌스] 같은 아카데미상을 받은 대작 사극영화였다. 이렇게 길고 지루한 영화를 어린 시절 어떻게 봤는지 경이롭다. 나이 들어 [벤허]를 다시 보았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그리고 한동안 [벤허]는 해전 장면과 전차 경주 씬 때문에 전쟁 액션물로 먼저 기억된다. 하지만 영화 [벤허]는 확실히 숭고한 사명을 띤 종교영화임에 틀림없다.


 
   영화 [벤허]는 원작이 소설이다. 미국의 류 월리스(Lew Wallace)가 쓴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Ben Hur: A Tale Of The Christ)라는 작품이 세상에 나온 것은 1880년이다. 류 월러스는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사령관이었다. 그랜트 장군 등과 함께 링컨 대통령의 편에 서서 노예해방을 위해 힘쓴 장군이다. 그는 이후 멕시코 총독과 터키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했다. 군인이자 외교가인 그가 쓴 종교소설이 바로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미국 영화사 MGM영화사에서 1925년 처음 (흑백도 아닌 것이 컬러도 아닌) 영화로 만들었다. 물론 무성영화이다. 상영시간은 무려 143분. 해전 장면과 전차 경주씬은 디지털시대인 지금 보아도 훌륭하고 근사하다. 소설로 출판되어 [성경]만큼이나 유명해졌고, 흑백시절에 이미 143분짜리로 만들어졌던 [벤허]는 1959년에 다시 영화로 만들어진다. 이번에는 70밀리 대형화면으로. 감독은 명감독 윌리엄 와일러이다.  (▶ 1925년도 <벤허> 리뷰 읽기)
 
   서기 원년.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질 때 예루살렘의 한 마구간에서는 아기예수가 태어난다. 그 시절 예루살렘 유태인 동네에는 로마의 총독이 주둔한다. 메시아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 유태인들이 로마군에게 협력할 리는 만무. 매사 비협조적이다. 새로 로마군 수비대장으로 부임한 인물은 메살라(스티븐 보이드). 그는 유태 왕자 ‘쥬다 벤허’(챨톤 헤스턴)의 어릴 적 친구이다. 오랜만에 만난 ‘유태인’ 벤허와 ‘로마군인’ 메살라. 메살라는 친구 벤허에게 “세계는 로마에 의해 정벌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 하지만 벤허는 “유태인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거절한다. 친구사이의 우정에 금이 간다. 로마 총독이 부임할 때 돌발사고가 생긴다. 기왓장이 떨어지는. 이 사건으로 벤허는 총독 암살음모의 죄명으로 노예로 끌려가고, 사랑하는 어머니와 여동생은 감옥에 보내진다. 노예가 된 쥬다 벤허는 갤리선에서 4년 동안 노를 젓게 된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복수심뿐이다.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서 메살라에게 복수를 하는 것. 그의 복수에의 의지는 삶의 목적이 되고, 그 때문인지 죽지 않고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 갤리선이 침몰하고 그 와중에 벤허는 제독을 구해준다. 그 덕분에 노예에서 일약 로마 제독의 양자가 된다.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온 쥬다 벤허를 기다리는 것은 절망적인 소식! 감옥에서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와 여동생은 나병환자가 되어 외떨어진 수용소에서 얼굴과 손을 꼭꼭 숨긴 채 살고 있다. 쥬다 벤허는 아랍 부족장 일더림(휴 그리피스)의 도움으로 메살라와 죽음을 건 운명의 전차경주를 갖게 된다.
 
   영화는 쥬다 벤허가 부유한 유태인 왕자신분에서 노예 신분으로, 그리고 다시 로마 실력자의 양자로 부활했다가 다시 유태인의 민족 영웅으로 로마인과 전차경주를 펼치는 것이 기본 얼개이다. 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의 대향연에 틈틈이 멜로와 종교물의 거대한 영감이 떠돌아다닌다. 쥬다 벤허를 오랫동안 짝사랑한 노예 에스터(Haya Harareet). 벤허와 에스터의 연정은 (어릴 적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숨 막히게 답답하다.
 
  영화 초반에 타이틀이 오를 때 배경 그림은 시스티나 성당의 그 유명한 천장벽화이다.  그리곤 곧바로 별똥별과 동방박사가 등장하고 아기예수의 탄생이 이어진다. 세월이 흘러 쥬다 벤허가 노예로 끌려갈 때 목마름에 쓰러질 때 누군가가 물을 떠먹여준다. 바로 예수이다. 이 영화에선 예수의 앞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오직 뒷모습만으로 그 위대한 아우라를 비친다. 쥬다 벤허가 복수를 생각할 때, 절망에 빠졌을 때 에스터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전해주며 마음의 평화를 얻기를 기원한다. 실제 쥬다 벤허는 기도를 하지도, 신에 대한 믿음도 없었을 것이다. 단지 복수의 열정과 어머니와 여동생에 대한 사랑이 절절했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렇게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이다. 물론 그때를 전후하여 기적이 일어나고 쥬다 벤허는 신심을 얻는 것이다.
 
  이 영화는 1960년에 열린 3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두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11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 남우조연상 등이다. 후보에 올랐다가 상을 받지 못한 유일한 부문은 각색상 부문이다. 그해 [벤허]를 꺾고 각색상을 탄 작품은 잭 크레이톤 감독의 [Room at the Top]이다. 이 작품은 영국의 소설가 John Braine의 작품이다. [벤허]는 촬영 과정에서 모두 40여 번의 시나리오 수정작업이 이루어졌다. 시나리오 작업에서는 쥬다 벤허와 메살라의 ‘남성적 우정’뿐만 아니라 ‘동성애적 시각’까지 포함된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전차 경주. 야외 세트는 이탈리아의 치네치타 스튜디오에 1년 동안의 공사를 거쳐 세워진다. 모두 15,000명 엑스트라 동원되었고 4개월 동안 전차경주 연습을 거쳐 5주간 촬영이 진행되었다. 전차경주 장면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실감난다. 메살라 대역을 맡은 스턴트맨이 촬영도중 사고로 죽었다거나 경주 장면에서 벽에 붙어있다 전차에 끌려들어가 엑스트라가 죽었다는 소문이 오랫동안 나돌았다. 달리는 말에 깔리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인형(dummy)이다. 굉장히 공을 들인 전차경주 장면이었지만 허점이 꽤 많은 모양이다. imdb정보를 보면 전차경주 장면과 관련하여 영화팬들이 잡아낸 ‘옥의 티’ 장면이 수십 군데이다.
 
  1925년도 흑백무성 [벤허]와 1959년 컬러 [벤허] 두 작품에 모두 관여한 영화인이 있다. 바로 감독 윌리엄 와일러이다. 와일러 감독은 22살 무렵, 흑백 [벤허]의 연출진에 포함되었단다. 크레디트에는 포함되어있지 않다. 와일러 감독이 [벤허]의 감독 연출비는 백만 달러였다. 당시로선 역대 최고 감독 개런티였다고 한다. 이후 [벤허]의 전차 연출 장면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폭풍의 언덕]이나 [로마의 휴일] 같은 드라마에 강점이 있는 와일러 감독이 이 거친 전차경주 장면을 소화해내긴 어려웠을 것이다. 대신 2연출진 앤드루 마튼과 야키마 카눗(Yakima Canutt)과  조 카눗(Joe Canutt) 부자의 공이 더 크다는 것이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는 아카데미 역사상 리메이크 작품이 작품상을 탄 첫 번째 경우이다. 그리고 47년이 지난 뒤 홍콩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디파티드]가 작품상을 타면서 두 번째 케이스가 된다.  (by 박재환 200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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