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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아프리카] 내 사랑, 아프리카 본문

미국영화리뷰

[아웃 오브 아프리카] 내 사랑, 아프리카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12.16 17:00


  로버트 레드포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1986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촬영상, 작곡상, 음향상, 각색상 등 7개를 휩쓸었다. 덴마크의 작가 카렌 블릭센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소설은 1937년에 처음 발표되었었고 그 소설을 시드니 폴락 감독이 영화로 옮긴 것이다.

카렌 블릭센 = 아이작 디네센, 아프리카를 사랑한 여인

Karen Blixen - Isak Dinesen (1914: Age 29 )


   덴마크의 돈 많은 집안에서 태어난 카렌은 1913년 스웨덴의 브로르 본 블릭센피네케 남작과 약혼한 뒤 이듬해 케냐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그곳에서 커피 농장을 연다. 커피 재배에는 관심이 없는, 그리고 무엇보다 카렌과의 결혼생활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던 남편은 줄곧 사냥을 한답시고 집을 비웠고 아프리카에서의 고단한 삶은 고스란히 카렌의 몫이었다. 게다가 남편은 카렌에게 몹쓸 병까지 안겨준다. 카렌이 잠시 덴마크로 돌아와 치료를 한 이후 명목뿐인 부부관계는 파탄에 이른다. 그런 힘들고 외로운 카렌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은 영국인 데니스 핀치 해턴이다. 카렌은 광활한 아프리카의 풍경만큼이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데니스를 사랑하게 된다. 둘은 경비행기를 타고 케냐의 초원을 날며 자연과 자유와 사랑의 순간을 만끽하기도 한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깐. 유럽대륙을 휩쓴 세계전쟁의 광기는 아프리카에까지 미치고 국적에 따라 유럽 거주민들의 입장도 날카로워진다. 1931년, 힘들게 재배하던 커피농장에 큰 불이 나고, 데니스는 비행기 사고로 죽는다. 카렌은 파산한 농장을 처분하고 농장의 일꾼에게 작은 밭뙈기를 나눠준 뒤 고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곤 자신의 17년 아프리카 삶을 돌아보는 글을 쓴다.


   덴마크 작가라면 안데르센 밖에 몰랐지만 카렌 블릭센이라는 작가도 있었구나. 그녀가 아이작 디네센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최근 열린책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다 읽을 시간을 없고해서 서점에서 선 자리에서 훑어보았다.--; 카렌 블릭센은의 또 다른 작품 <바베트의 만찬>도 영화로 만들어져서 1987년 아카데미 외국어작품상을 받았었다. 시드니 폴락 감독은 카렌의 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역시 아프리카를 소재로 한 그녀의 또 다른 작품들, 그리고 그녀의 리얼 스토리 등을 합쳐 이 영화를 완성시켰다. ‘영화적 변용’이 있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이 영화를 20년 전에 봤을 때의 느낌을 되짚어보면 화면이 꽤 아름다웠다는 기억뿐이었다. 북유럽의 한 귀족이 험한 아프리카까지 흘러가서는 그곳에서 새로운 로맨스에 빠져든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무식한 제국주의 서구인들이 오만과 편견에 가득한 식민지개척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단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로버트 레드포드란 핸섬한 남자랑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 때 수만 마리의 플라밍고가 군무를 추는 장면이다. 아내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이야기를 하면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을 떠올린다. (영화 뒷이야기를 보면, 머리 감는 장면은 하마가 헤엄치는 물가였으며 메릴 스트립은 굉장히 무서웠다고 회고한다)


모든 새로운 것은 아프리카에서

   당시는 세계대전의 시대였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처럼 아프리카도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하나씩 접수되어 식민지로 개발되던 때였다. 물론 덴마크에서 건너온 남작부인이 원시적 열정이 가득한 아프리카에서 서구 문화/문명을 퍼뜨리는 선교사적 양심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농장을 위해, 자신의 운명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키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남다른 열정과 사랑을 펼친다. 그러다가 피지배, 착취의 대상이었던 아프리카에서 자신의 사랑을 발견하고, 타인의 배려를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들 원주민의 운명을 관조하는 것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제목은 사뭇 중요하다. 처음엔 단지 ‘아프리카를 떠나며’ 정도로 이해했다. 막연히 귀족 사회의 체면 때문에 아프리카까지 왔다가 인생의 묘미를 다 잃어버린 뒤  ‘아프리카를 쓸쓸히 떠난 여인의 이야기’만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 덴마크 작가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제목을 고대 라틴 경구에서 따왔단다. 

Ex Africa semper aliquid novi.
Out of Africa, always something new.
모든 새로운 것은 아프리카에서

   당시 아리스토텔레스 시절 아프리카와 어떤 교류를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중심 그리스(혹은, 로마)에 전해지는 아프리카라는 콘텐츠는 아마도 새롭고, 이상적이며, 인성에 가득한 신비로움이었을지도 모른다. 여작가는 아프리카에서 17년을 고생한 뒤에 비로소 관조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담담하게 “아프리카 은공에 농장이 있었지...”라며 자신의 르네상스를 술회했을지 모른다.

  서구 제국주의 시절에 많은 ‘문명화’된 국가들이 아시아로, 아프리카로 건너와서 그들의 신기술과 신문명, 그리고 새로운 정치외교방식을 강요했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정복자로 우쭐했던 그들은 나중에 그들의 경험을 책으로 남기기도 했다. (대한제국 초기에 한국에 건너온 서구인들의 기록처럼.) 그 책들 속에서 새로운 감흥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다시 보니 흥미롭다. 아프리카 케나 나이로비에는 카렌이 살던 그 집이 현재 카렌 블릭센 박물관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고 한다.(▶관련기사 보기) 아프리카에 갈 일 있으면 꼭 찾아가보고 싶다. (박재환 2008-12-16)


Out of Africa with Googl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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