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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리뷰

[용서받지 못한 자] 혼돈의 시대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7 18:19

[리뷰 by 박재환 2003/3/7]  헐리우드 영화인 중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만큼 할 말이 많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른바 B급 마카로니 웨스튼의 총잡이였던 그가 작가주의적 영화를 양산하며 아카데미 감독상뿐만 아니라 베니스 영화제로부터의 오마쥬도 받을 정도의 작가주의적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뿐만 아니라 정치판에도 뛰어들어 말파소라는 작은 마을의 시장님이 되어보기도 했다.
 
  그의 작품 중 초기 이른바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더티 해리 시리즈말고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단연 <용사받지 못한자>일 것이다. 이 작품은 최근 만들어진 서부극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잇다. 초야에 묻혀살던 왕년의 건맨이 어떻게 또다시 총을 들게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은 고전적인 웨스튼의 구도였다. 그런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총잡이는 정의의 총잡이가 아니라 무법자 출신이며 그가 총을 든 것도 다수의 정의라는 맥락에서 보자면 원칙에 어긋난다. 그런 면에서 착하게 살려고 하는 남자가 사회의 인정-정확히는 기존 질서의 유지자로부터 배제당하면서 분노와 복수의 불을 내뿜는다는 다소 변형된 안티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 미국 북서부 와이오밍 어느 마을, 윌리엄 머니 라는 서부의 사나이가 있었다. 알고보니 이 남자는 1880년대 미국 서부를 짓밟던 극악무도한 총잡이였다. "그에게는 여자도 아이도, 피도 눈물도 없었다."라는 전설만이 전해지고 있었을 따름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총도 제대로 겨누지 못하며 말 안장에도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노친네가 되어 돼지우리를 치며 늦게 얻은 아들, 딸고 조용히 지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에 의해 개과천선하여 숨어지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는 이미 죽은 뒤였다. 어느날 그에게 스코필드 키드(제임즈 울벳)라는 얼치기 총잡이 하나가 찾아온다. 저 멀리 한 마을에서 어떤 불한당들이 여자를 난도질했는데, 그 여자 측에서 거금의 현상금을 내놓고 악당을 죽여달라고 했다는 것. 이런 소문은 금새 전 서부에 퍼졌다는 것이다. 윌리엄 머니는 이 제안을 받아드리고 왕년의 동료 네드(모건 프리먼)와 함께 현상금 사냥을 나선다.

  하지만, 이 비틀린 서부극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 정의의 수호자와 악당이 애매모호하게 자리잡으면서 단순한 선택을 방해한다. 피해자는 마을 술집의 창녀. 이 마을의 수호자는 빌(진 해크먼)이라는 보안관. 그는 자신의 권능을 내세워 사건을 단순화시킨다. 이럴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의 총과 보안관 뱃지에서 나오는 무소불위의 권력인 때문이다. 그는 당시 가장 유효했던 마을의 사법체제-법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결단을 내린다. 현상금을 노리고 몰려든 사람은 보안관에 의해 초죽음이 되어 내쫓긴다. 개인 단위를 넘어서는, 그러나 국가 단위의 법 체계가 미비했던 이 시절에 개인적인 복수심에 불타는 '창녀들의 린치'는 보안관에 의해 저지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네드가 붙잡혀 고문 끝에 맞아 죽는다. 이미 보안관에 죽도록 맞았던 머니는 총을 들고 보안관에 맞선다.

  서부극의 정통에서 총잡이 보안관은 마을의 수호자이며, 법 집행자이며, 시민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잘못된 정보에 의해 현상금을 타기 위해 나섰고, 동료의 죽음에 대해 개인적인 복수를 하는 것이다. 보안관의 죽음과 그에 파생되는 많은 죽음은 사회의 제반질서에 대한 가치전복인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불안과 우려는 없다. 단지 착하게 살려고 하던 왕년의 무법자가 또다시 무법 천지의 난장판을 만들고 조용히 사라지면서 역사의 발전이나 진보 같은 거대담론은 소멸해 버린다.

  처음 현상금을 이야기한 떠벌이 총잡이는 겁쟁이였고, 또하나의 동료는 결정적인 총싸움에서 그만 주저앉고 만다. 누구나 총을 들고 총질을 할 것 같은 이 시절의 영웅들은 모두 쓸쓸히 주저앉고 '영웅소리'조차 듣지 못한채 사라져가는 것이다.

  웨스턴 무비(서부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탄 것은 아주 오래 전 1931년의 <시마론>이란 영화와 90년의 <늑대와 춤을>, 그리고 이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까지 단지 3편 뿐이란다. 조금 의외이다.

  영화 마지막에 'Dedicated to Sergio and Don'라는 자막이 있다. 물론 오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있게한 서지오 레오네와 돈 시겔 감독을 말한다.

  참, 영화를 보고나면 제목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게 된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물론 클린트 이스트우드겠지. 그런데 뭘 용서받지 못했다는 말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에 의해 용서를 받아야한다는 말일까?

 Unforgiven (1992)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진 핵크만, 모건 프리먼, 리차드 해리스
 
1993년 4개부문 수상 작품,감독,남우조연,편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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