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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리뷰

[아가씨 참으세요] 정윤희를 기억하시나요?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7.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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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관련 현장에 쫓아다닌지도 꽤 된다. 사실 가장 만나보고 싶은 영화인은 왕가위 감독도 아니고 김태희도 아니다. 바로 정윤희이다. 1970~80년대 한국 최고의 영화배우였던 바로 그 정윤희 말이다. 결혼과 함께 완전히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불세출의 스타이다. 딱 한번 그녀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회가 있었다. 어느 해인가 한국영상자료원(서초동에서 있을 때)에서 무슨 회고전을 열었는데 정윤희가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었다. 결론은? 정윤희는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부군과 딸이 참석했었다. 그때 상영된 작품은 정진우 감독의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였다. 정말 보고 싶다. 정윤희가!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정윤희 출연작품을 제대로 본 게 없다. 소싯적에 동네 삼류극장(재재개봉관)에서 본 [뻐꾸기] 아니면 [앵무새]가 다였던 것 같다. 지난 주말 개막된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정윤희 출연작품이 하나 포함되어 있었다. [코드네임 도란스: 동아첩보활극영화]라는 거창한 타이틀의 회고전에 정윤희의 1981년도 작품 [아가씨 참으세요]가 포함된 것이다. 아마도 영화제 측은 이 영화가 정윤희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것 보다는 당시의 한국 액션영화의 계보를 소개해 주는 게 더 매력적이었던 모양이다. 아쉽다. 정윤희를 대중 앞에 끄집어낼 수 (모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말이다.

아가씨 참으세요

   제목부터 유치찬란, 혹은 대중의 호기심을 잔뜩 유발시키는 이 작품은 1981년 9월 개봉되었던 영화이다. 1981년이라면 시기적으로 뻔하지 않은가. 이른바 전두환의 5공식 3S정책이 유행할 시점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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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김태정-서영란

   [아가씨 참으세요]는 홍콩의 대재벌집 외동딸이 한국에 유학 와 있다가 악당들에 의해 납치되어 큰 화를 당하게 될 찰나 액션 고수가 ‘짠~’ 하고 등장하여서는 치고받고 싸우며 악당들을 물리치고는 결국 여주인공을 구한다는 굉장히 단순한 내용이다. 하지만 정윤희가 출연하니 모든 것이 용서될 영화이다. 게다가 세월이 27년이나 지나 부천영화제에서 특별히 회고전을 가질 만큼 풍성한 이야기 거리도 있고 말이다.

우선 당룡(김태정)이란 배우

   [아가씨 참으세요]에서 정윤희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정의의 사나이 역을 맡은 배우는 김태정이다. 김태정이라면 아마도 한국의 이소룡 팬들은 잘 알 것이다. 이소룡이 [당산대형]-[정무문]-[맹룡과강]-[용쟁호투]를 찍고나서 [사망유희]를 찍다가 급사한 뒤 그 공백을 매우기 위해 이소룡을 닮은 액션배우를 찾았고 그 행운의 주인공으로 선택된 인물이 바로 한국의 김태정이었다. 김태정은 ‘당룡’이라는 예명으로 이소룡의 [사망유희]에서 이소룡의 진짜 대역배우가 되었다. 솔직히 이소룡 팬들은 불만도 많았지만 어쩌겠는가. 이소룡은 [사망유희] 찍을 때 액션장면을 미리 많이 찍어두었기에 김태정은 적당히 얼굴을 가리고 원거리 촬영, 액션만 수행하였다. 그러다가 얼핏 당룡의 얼굴이 노출되는 순간(요즘같이 DVD정지영상) 들리는 한숨과 분노.. 등은 예상 가능하다. 이소룡의 대역을 맡았을 정도이니 무술실력은 검증되었으리라. [아가씨 참으세요]에서 김태정은 자신의 실력을 맘껏 발휘한다. 발차기도 하고 주먹질도 하고 때로는 가발에 치마에 여장으로 관객을 웃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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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 무얼 해도 예쁜 그녀

  극중에서 정윤희는 진리화라는 인물로 나온다. 아버지는 홍콩의 조선업계/선박왕이다. 재벌이다. 한국의 대학에서 민속학을 공부한다는 설정이다. 국제적 재벌의 딸의 사는 모습은 이렇다. (1981년의 서울모습을 연상하라!) 단짝친구 성희(서영란)와 함께 폭스바겐(아마도 당시엔 그냥 ‘비틀’인 듯)을 타고 테니스를 친다. (왜 골프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아마도 1981년에는 테니스만 즐겨도 유한계급이었던 모양. 그런 면이 있었긴하다.) 둘이 테니스장으로 가다가 한 남자와 마주친다. 알고 보니 나중에 그들을 도울 백마의 기사 민욱(김태정)이었다. 김태정을 치한쯤으로 오해한 정윤희와 서영란은 그를 골탕 먹인다. 서영란의 아버지는 태권도 도장 사범. 서영란은 세상의 남자가 전혀 두렵지 않을 태권도 실력을 갖고 있다. 어느 날 홍콩에서 마수가 뻗친다. 조선왕의 재산을 노린 악당들이 서울에 잠입 정윤희를 납치하고 협박하여 재산을 빼돌리려는 것이었다. 정윤희는 납치되어 냉동탑차에 실려 부산으로 운반된다. 김태정과 서영란도 추적전을 펼친다. 고속도로 변에서 한바탕 활극! 그리고 부산의 한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또 한 차례 활극! 그리고 바다 위 선상에서 마지막 근사한 액션! 정윤희는 위기일발의 순간을 벗어나고 홍콩 악당들의 음모는 분쇄된다!!!

코드: 섹시, 액션, 그리고 정윤희

  이 영화 1981년 작품이다. 폭스바겐 몰고 재벌 딸로 등장하는 정윤희는 확실히 대중들이 근접할 수는 없지만 관심을 보낼 수밖에 없는 동경의 대상일 것이다. 이형표 감독은 정윤희라는 스타를 적절히 활용한다. 관객들은 정윤희에게서 통통 튀는 매력과 상큼한 이미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흥행을 위해서는 코믹+에로 장면도 집어넣는다. 정윤희가 악당에게 처음 납치될 순간 이런 장면도 있다. 정윤희가 입고 있던 예쁜 치마가 찢어진다. 팬티가 노출된다. 그래도 정윤희는 여전히 통통 튀며 상큼하게 연기한다. 참으로 당시의 대중적 취향과 영화적 재미를 잘 표현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코드네임 도란스: 동아첩보활극영화

 이번 부천국제영화제에 특별 섹션으로 [코드네임 도란스:동아첩보활극영화]가 기획되었다. 부천영화제는 그동안 홍콩 쇼브러더스 액션영화들을 부활시켰고 그 연장선상에서 그 당시의 한국 액션영화와 아시아 장르영화의 영광을 하나씩 재현하고 있다.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 손가락](철인들)이 대표하듯 한국 영화인들이 오래 전에 홍콩 영화계에서 빛을 발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한용철, 황정리, 왕호, 그리고 이 영화의 김태정 같이 홍콩 액션영화에서 일정부분 발차기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요즘 한국매체식 표현을 빌자면 ‘1세대 한류스타’들로 떠받들어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참 이 영화에는 악당 역으로 홍콩에서 활동했던 권영문이 나온다. 악당  졸개 역으로 국정환씨도 보인다. 가장 뜻밖의 인물은 악당의 애인 역으로 나온 안소영이다. 안소영이 [애마부인] 나오기 전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다.

   알고 보면 서울에서는 갖은 명목의 회고전이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세계의 듣도 보도 못한 감독들이 소개되는 것이다. 필자의 한계일수도 있지만 그런 서구-3세계 감독의 희귀작이 소개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옛날 영화도 꾸준히 재발굴, 재소개되는 기회가 주어졌음 한다. 요즘 TV에서도 영상자료원에서도 그런 기회가 많아진다. 좋은 현상이다. 나만의 독특한 취향인가? 어쨌든 그런 기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정윤희가 등장할 날도 가까워질 것이다. 정말 기다려진다. 정·윤·희!!!!!!  (리뷰 박재환 2008-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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