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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르와 왈츠를] 걸작! PiFan2008 개막작 본문

애니메이션

[바시르와 왈츠를] 걸작! PiFan2008 개막작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7.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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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영화제가 열린다. 그중 나름대로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는 국제영화제로는 워낙 유명한 부산국제영화제와, 대안영화를 모토로 내세운 전주국제영화제, 그리고 장르영화의 페스티발을 지향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한 부천영화제가 지난 주말 개막되었다. 그동안 부천영화제에서는 호러, 괴기, 공포, SF, 스릴러, 엽기 등을 키워드로 내세운 영화들이 ‘판타스틱 영화’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판타스틱’하지 않은 영화가 어디 있는가. 그래서인지 '영화라는 콘텐츠'와 '영화제라는 행정(혹은 정치)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부천영화제는 심한 몸살을 앓기도 했다. 그런 부천이 2008년 선택한 개막작품은 그런 부천영화제의 고민을 보여주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 [바시르와 춤을]은 이스라엘 영화이다. 물론 영국과 프랑스 등의 자본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감독부터 스텝, 그리고 그 영화가 보여주는 철학적 고뇌가 일단은 이스라엘에서 기인되고 이스라엘로 수렴된다. 이 영화는 올 5월에 열렸던 깐느국제영화제에서 공식경쟁부문에 포함되어 평자들의 열화같은 호평을 이끌어내었다. (수상은 하지 못했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과연 어떤 영화이기에 그 잘난 깐느 평론가들이 극찬을 쏟아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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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인, 악몽의 근원을 쫓다

   영화는 한 이스라엘 영화제작자가 자신의 삶을 억누르는 악몽에서 헤어나기 위한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사람은 지난 20년 동안 반복되는 꿈을 꾸고 있다. 매번 무시무시한 형상의 야생 들개 수십 마리가 질주하는 꿈이다. 배경은 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심. 이 사람은 이스라엘 사람이며 20여년 전 레바논 전투에 참가했던 제대군인이다. 그가 20년 전 레바논에서 어떤 작전을 펼쳤기에,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자신의 기억을 가로막는 끔찍한 악몽에 시달릴까. 그는 동료 전우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이, 그리고 우리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탐문하기 시작한다. 동료들은 숨기듯, 그리고 측은한 듯, 그리고 애써 외면하듯 20년 전의 일을 하나씩 되새긴다. 악몽의 근원은 대학살의 현장 목격이었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 1982년 그 곳에선...
사브라-샤틸라 대학살(Sabra and Shatila massacre)

  이른바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 발화지점이 될 곳은 중동이라는 것은 지금이나 20여 년 전이나 똑같다. 바로 중동이다. 석유라는 목적물, 그리고 민족과 종교적 갈등이 층층이 쌓여있어 언제 심지에 불이 붙을지 모른다. 1982년에 그 극단적 모순상황에 불이 붙었다. 물론 모든 화의 근원은 시간적으로 더 거슬러 올라간다. 1차-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수구 제국주의들이 자신의 식민지에서 철수하면서 세계지도는 왜곡되었다. 이 곳에 이스라엘과 레바논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들어섰다. 이스라엘이야 워낙 유명한 나라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레바논은 뭐지? 레바논은 프랑스가 물러가면서 만든 신생'조립'국가이다. 이 위태로운 땅에는 많은 종파들이 살고 있었고 게다가 팔레스타인들이 밀려들어온다. 시리아에 쫓겨서, 이스라엘에 쫓겨서. 레바논에는 친 이슬람, 친기독교, 친 이스라엘 등 수많은 종파, 정치적 세력이 웅거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사방 각지의 나라에서 물질적 군사적 원조를 받으며 죽고 죽이는 전투를 치르기 시작한다. 바로 ‘레바논 내전’이다. 당시엔 이스라엘만이 그들의 유일한 적은 아니었다. 시리아가 레바논에 진격했고 이스라엘도 레바논에 진격한다. 미국이나 UN 등은 속수무책이다.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를 둘러싼 내외부 갈등이 심화되면서 유혈사태가 끊임없이 빚어지자 마지못해 미국과 인근 아랍 국가들이 나서기 시작하고 PLO의 레바논 철수/ 혹은 추방이 합의된다. 1982년 PLO철수가 시작되면서 레바논 의회에선 새로운 레바논 건설을 위한 신임대통령을 선임한다. 친이스라엘계인 팔랑헤(Phalange)당 바시르 제마엘이다. 바시르 제마엘은 대통령 취임을 단지 며칠 앞두고 폭사한다.(1982년 9월 14일) 그리곤 또다시 혼란.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다시 탱크를 앞세우고 진격하고 레바논은 끝없는 혼돈에 빠진다. 희생자는 가련한 PLO난민들. 당시 베이루트 인근 사브라(Sabra)와 샤틸라(Shatila)에는 난민수용소가 있었고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이 수용되어 있었다. 이스라엘 탱크가 난민수용소를 봉쇄하였다. 테러리스트가 숨어들어갔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리곤 레바논의 팔랑헤 민병들이 수용소에 들이닥친다. 200여 명으로 추산되었다. 9월 16일부터 사흘 동안 이들은 끔찍한 총질을 해대기 시작한다. 사흘 동안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희생된다. 테러리스트였는지 아니었는지, 그들의 가족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상관없었다. 레바논의  친이스라엘계 팔랑헤 민병대들은 독안에 든 쥐를 향해 어른이고 애이고, 남자이고 여자이고 가리지 않고 학살한 것이다.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에서는 이 난민학살 장면을 충격적으로 전해준다. 처음부터 줄곧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되었던 영화는 마지막에 학살 현장을 당시의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보여준다. 세상에 이런 지독한 선정적 편집기법이 어디 있을까. 관객은 비인간적 인종학살의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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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비극, 이스라엘의 원죄

  외형적으로는 레바논의 비극이다. 레바논에는 기독교도 이슬람도, 친이스라엘도 친서방계도, 친시리아계도 밑도 끝도 없이 섞여서 서로에게 총질하고 증오한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스라엘군이 수용소를 봉쇄할 동안 들어가서 맘대로 학살극을 펼쳤던 팔랑헤당의 정보 책임자 엘리 호베이카는 사건 후 친이스라엘계에서 전향하여 친시리아계가 된다. 그리곤 그걸 발판으로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다. (그도 2002년 암살당한다!) 물론 이 학살사건은 세계에 알려졌고 비난은 이스라엘에 쏟아졌다. 당시 베긴 수상과 샤론 국방장관은 레바논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었다.

바시르와 왈츠를

 영화 제목은 꽤나 시적이다. 이 영화에는 정말 ‘판타스틱’한 장면이 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아마도’ 베이루트 시내를 진격해 들어갔을 때 끔찍하고도 난감한 매복 작전에 걸려들고 만다. 어느 종파의 어느 부대가 쏘는 총알인지 몰라도 이스라엘 군인들은 픽픽 쓰러져간다. 건너편 폐허가 된 빌딩 어디에선가 총알이 슝슝 날아와서 이스라엘 보병들을 죽이는 것이다. 이 때 한 용감한 이스라엘 군인이 기관총을 들고는 마치 춤을 추듯, 우아하게, 환상적으로, 마치 꿈속에서처럼 사방으로 총질을 해대는 것이다. 전쟁도 죽음도 종교적 갈등도 모두 허망한 꿈처럼. 이 지옥 같은 전쟁터. 폐허가 된 건물 벽에는 하필이면 당시 레바논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던(그리곤 폭탄테러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바시르 제마엘의 선거포스터가 나붙어있었다.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왈츠를 추며 이 미친 푸닥거리를 끝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양심적 이스라엘영화인?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아리 폴먼(Ari Folman)이다. 아쉽게도 이번 부천영화제엔 오진 않았다. 그런데 영화제 소식지에 이 감독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었다. 궁금했다.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이스라엘에선 어떤 대접을 받는지. 고통 받는 양심적 작가? 실제 그렇다. 아리 폴먼 감독은 시니컬하게 이스라엘의 현실을 말한다. 의외로 이스라엘은 민주국가이다. 사방이 적들로 둘러싸여 고립무원의 국가적 현실임에도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자기 주장하고 싶은바 다 표현하는 국가란 것이다. 물론 이런 ‘양심적’ 작가는 언제나 소수이고 언제나 핍박받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영화가 이스라엘에선 그다지 뉴스거리도 못된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기이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어쨌든 [바시르와 왈츠는]은 정통적 반전영화나 양심적 반이스라엘 영화는 아니다. 캐릭터의 전쟁악몽에서 건져낸 과거의 재구성은 모든 세계인에게 국가와 종교, 민족 간의 갈등이라는 결코 풀 수 없는 업보를 전해 준다. (리뷰 박재환 200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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