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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악당들의 미디어 농간 본문

미국영화리뷰

[15분] 악당들의 미디어 농간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7 13:24


[리뷰 by 박재환 2001/6/9]
'15분(15 Minutes)'이란 제목은 이 영화의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준다. 미국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TV 때문에 누구나 자신만의 15분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후, 실제로 "15분"이라는 말은 이제 하나의 저널리스틱한 표현법이 되었다. 그것은 '15분'만에 스타가 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아마도 시내 번화가를 지나다 TV연예프로그램의 깜짝 쇼에 나오게 된다거나, 얼떨결에 범인을 잡는 것이 CCTV에 녹화되었다가 뉴스시간에 반복 방영되거나, 아니면 화재나 교통사고 등 재난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 각종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서는 이상하게 스타덤에 오르는 '보통사람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15분'이면 이제 전국적 지명도의 스타가 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닌 것이다. 여기에 그러한 현대 매스 미디어 시대의 '명'과 '암'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존 허츠펠트 감독의 신작 <15분>이다. 이 영화는 영화 내내 살인과 방화, 폭력과 피 등 선정성으로 가득찬 오락물이면서도, 변호사와 배심원 제도에 의해 유지하는 미국 사법제도의 맹점을 날카롭게 해부하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보도의 선정적 시각을 정말 끔찍하게 잘 드러낸다.

◇ 악당들, 캠코더를 들다

영화가 시작되면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뉴욕 항구의 입국 수속대이다. 체코와 러시아 출신의 두 범죄자 에밀과 올렉은 옛 동료에게서 범죄의 분담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 들어온 것이다. 모든 것이 신기하게만 보이는 미국에 온 올렉은 입국 수속관에게 "영화를 찍으러 왔어요. 어릴때 프랭크 카프카 감독의<아름다운 인생>을 보았어요."라고 떠벌린다. 그리고는 뉴욕 시내에서 올렉은 곧바로 캠코더 한 대를 훔친다. 동료를 찾아가지만 이미 돈은 다 써버린 후, 에밀은 동료를 처참하게 살해하고 그 집에 불을 지른다. 그런데, 올렉이 이 모든 상황을 캠코더에 담고 있었다. 한편, 에디(로버트 드니로)는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강력계 형사. 그는 타블로이드 TV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짜고는 범인 체포장면을 독점적으로 제공해주는 인물이다. 화재사고 현장에서 방화전문 수사관 죠디는 에디를 만나게 되고, 둘은 이 사건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 리얼 TV

우리나라에서도 범죄와 범인 체포과정, 그리고 지명수배를 다룬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는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줄곧 폐지 여론이 있어왔다. 사법기관의 최종 판결이 있기 전에 '피해자'라는 일방의 주장에 의해 '유죄'로 인상지어질 수 있는 상황들이 여과없이 전달되어지고, 다양한 범죄 수법이 고스란히 재연되어 모방범죄의 양산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물론, 범인체포라는 긍정적 요소를 앞세우는 국내방송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타블로이드 TV프로그램의 폐해는 소름끼칠 정도로 적나라하다. 이런 류의 영화로는 미국 심야 프로방송의 자유분방한 진행자 하워드 스턴의 이야기를 다룬 <언터처블 가이> 같은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도 수준이하의 시청자에 영합하는 무책임한 미국 방송국의 작태를 실컷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이런 장면이 있다. 며느리를 겁탈한 시아버지를 다룬 이야기이다. '아들-며느리-시아버지'가 나란히 스튜디오에 나와 많은 방청객들 앞에서 시시콜콜한 가정사를 까발리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내용은 미국 방송의 인기 포맷이다. 바람난 아내, 부도덕한 관계의 당사자들이 직접 출연하여 낯뜨거운 설전을 벌이는 것이고, 실제로 이런 일 때문에 방송 후 살인사건이 자행되기도 했다.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막 건어온 범죄자들의 눈에는 이 쓰레기같은 미국 TV 프로에 열광하는 미국시청자들을 의아해한다. 하지만, 곧, 미국이라는 나라에 매혹되기 시작한다. 동유럽의 범죄자들은 미국 TV를 통해 새로운 범죄수법을 배우는 것이다. 올렉이 담은 스너프 필름은 미국 방송국에 1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미국에는 범죄자의 이야기가 영화화할 수 없다는 법규가 있다. 하지만, 만약, 그 범죄인이 법원에서 '정신질환자'라는 판결을 받으면 '만사 O.K.'이다. 배심원들 앞에서 '정신병자'라는 것을 증명해내는 것은 '돈만 주면' 유능한 '변호사'가 알아서 해결해 줄테니 말이다. 에밀과 올렉은 뉴욕 최고의 인기 형사 에디를 잔인하게 죽이기로 하고 그것을 모두 테이프에 담는다. 자기 프로의 간판 스타가 죽어가는 모습을 100만 달러에 사들여 방송하는 어의없는 장면을 본다면, 아마도 <다이하드>에서 특종에 눈이 멀어 비행기 화장실에서 핸드폰으로 송고를 하던 그 TV 기자 쯤은 귀엽게 보일 것이다.

이 정신나간 이야기들은 여태 보아온 미국의 연쇄 살인범같은 같은 사이코 범죄자를 보여주지만, 그들의 동기는 새롭다. 바로, 15분만이라도 유명해지고 싶은 범죄자의 욕망과, 15분만에 떼 돈을 벌 수 있는 매스미디어의 존재를 각인 시켜주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난감해할 것은 당연히 방송과 언론에 종사하는 저널리스트들일 것이다. 사실 보도와 심층 보도라는 명제아래 저질러지는 감당하기 어려운 후유증과 부작용이 이 영화에서는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른바 '시청자의 알 권리'라는 것이 얼마나 자의적인 판단이며,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영화 마지막은 조금 작위적이라고 느껴질만큼 자유의 여신상과 범죄현장이 교차된다. 그 속에 펼쳐지는 코미디 같은 상황들이 오랫동한 기억에 남는 것은 그러한 준비되지 않은 상황들에 대한 우리들의 반성때문일 것이다. 오랜 만에 선굵은 범죄물, 아니면 <매스미디어의 폐해>라는 리포트 쓸거리가 필요한 영화팬이라면 이 영화를 강력 추천한다. 

15 Minutes (2001)
감독: 존 허츠펠트 (John Herzfeld)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에드워드 번즈, 켈시 그래머, 에버리 브룩스, 멜리나 카나카레데스
한국개봉: 2001/6/9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15_Minu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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