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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리뷰

[슈가랜드 익스프레스] 레이징 슈가랜드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5.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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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1999-5-30]    (이 리뷰는 1999년에 쓴 글입니다)  영화라는 영상매체가 발명된 이후, 헐리우드영화가 존재하는 한, 가장 '영화같은' 영화, 가장 '영화다운' 영화를 만든 사람은 단연 스티븐 스필버그일 것이다. 이는 그가 줄곧 인류의 심금을 울리는 영화를 만들어서라든가, 지구인의 테크놀로지를 한 단계 끌어올려서가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감독으로서, 영화작가로서 영화팬이 영화관람객이 보고자 하는 영화, 원하는 스타일의 영화, 보고 재미있어하는 영화를 끊임없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가 깊이가 없다느니, 철학이 없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결국은 그의 영화에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마치 일정수준에 오른 작가-꼭 영화가 아니더라도-에게 우상으로서의 권위가 독창성을 조금이나마 기대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의 영화는 보기에 따라선 엄청난 이데올로기와 휴머니티를 담아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영화에서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것은 미국적 가치, 혹은 그것보다는 더욱더 보편적인 가족애와 인간애의 구현인 것이다.

   스필버그를 좋아한다거나 그의 영화를 즐겨 찾아 보는 사람은 그의 초창기 작품을 꽤나 좋아한다. 물론 그가 극영화를 하기 전에 만든 텔레비전용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다. 아주아주 오래전에 아마 KBS명화극장에서 텔레비전용 영화를 한편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크레딧에 놀란 것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때문이었다. 아마 제목이 <공포의 갤러리> 뭐 그런 호러 쪽이었을 것 같다. (IMDB에서 찾아보면 <Night Gallery>는 미국에서 1969-70년에 방영된 TV시리즈물이다. 스필버그는 70년도 방영분에선 <Make Me Laugh>편의 연출을 맡은 것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각 방송국에서 아주 가끔 가다 한두 번 방영한 적이 있는 영화가 있으니 역시 텔레비전용 영화로 만들어졌던 <격돌(DUEL)>이다. <갤러리>는 기억에 안 남아있지만> <듀얼>은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겨놓았다. 내용은 한 소심한 소시민이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혼자 달리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의 뒤를 아주 커다란 트럭이 계속 따라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차는 아주 위협적으로 자신의 차를 뒤에서 쿵-쿵- 치는 것이다. (엄청나게 큰 트럭이 티코를 농락하는 셈이다) 넓은 미국의 한적한 도로에서 이 사람은 어디서 도움을 받을 때도 없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셈이다. 그런 심리적인 초조함이 끝까지 유지되고 마지막에 그는 그 큰 트럭을 벼랑으로 떨어뜨리며 겨우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조그마한 소품으로 그는 헐리우드 영화제작자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결국은 오늘날의 그가 될 수 있었다. 사실 이 <듀얼>을 무척 다시 보고 싶어진다.

  이 <슈가랜드 익스프레스>는 듀얼 이후 스필버그의 첫 번 째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영화 만들때 스필버그는 26살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비디오로 출시되었고 말이다. 이 영화는 그러니까 크고 장대하고 화려하고 각종 테크놀로지의 대향연인 스필버그 영화를 보다 지친 사람이 한번쯤 눈이 가는 오밀조밀한 소품 영화이다. 줄거리도 그렇고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고 배경도 그렇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하는 행동거지가 전형적인 소품영화이다. 스필버그 영화에선 드물게 배우들이 살아있는,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영화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우선 "이 영화는 1968년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라는 자막이 뜬다. 실화를 다루었다면 우선 리얼리즘을 기대하게된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좀더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1968년 텍사스 주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단다. 한 잡도둑과 좀도둑 부부가 있었으니, 원래 어설픈 도둑들이 잡히듯이 이들도 잡혀 각자 감옥에 갔었다. 이제 아내는 힘들게 살아가고 있고, 남편은 곧 출옥을 앞두고 대기소에 머무른다. 아내가 어느날 면회온다. 둘은 달아난다. 미국역사상 곧 만기출감할 사람이 탈옥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들이 그렇게 서둘러 도망나온 것은 단 하나. 그들의 아기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친자보다는 실제 아기를 보살필 수 있는 양육권을 중시한다. (우리나라에 자기아들을 학대하는 부모들이 많다. 전에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보니, 한 아버지가 자기아들을 때리고, 담배불로 지지고 마구 학대하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리고, 또하나 무슨 종교를 믿는 부부가 있었는데 어린 딸이 다 죽어가는데도 병원에 데려갈 생각은 않고 영적부활을 믿느니어쩌니 하며 방치하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이 어린 소녀는 방송의 힘 때문에 병원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결국은.. 그런데 우리나라엔 이런게 다 친고죄에 해당하기에 타인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한다.남의 가정문제에 법률적인 잣대로 이래라 저래라 할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가정이 아니라, 개인의 문제인 것이다. 아이가 학대받든가, 방치받는 경우 그것은 엄연히 인권침해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선 심심찮게 아역스타들이 아버지를 고소하고, 이웃집 사람이 신고하고.. 그러는 것이다) 부모가 모두 감옥 들락거릴 정도이니 그들 아이는 분명 성장과정이 나쁘다. 교육여건상 좋지 않다..라는 주법원의 판결로 이들 아기가 곧 다른 집안으로 입양되게 되어있다. 어머니는 이제 아기를 다시 돌려받기 위해 - 빼앗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영화에서 젊은 엄마(Lou Jean Poplin)역에는 골디 혼이, 젊은 아빠(Clovis Poplin) 역에는 윌리엄 애쉬톤이라는 배우가 열연한다. 골디혼은 우리나라엔 별로 안 알려진 배우이지만, 그래도 <죽어야 사는 여자>나 오래 전에 체비 체이스와 같이 나온 <파울플레이>의 유명 코미디 배우이다. 맥 라이언의 엄마세대 쯤 되는 것이다. 그녀의 <벤자민 일등병>은 미국에선 유명한 코미디물이고 말이다. 윌리엄 애쉬톤은 이후 <다이하드> 등에 나오긴 했다지만 별로 기억에 남아있진 않다.

  이들 배우는 아주 극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소심하고, 근심걱정에 휩싸여있고, 왠지 불안하고-특히 골디혼의 히스테릭한 연기는 멋졌다- 파리 한마리 못 죽일 것 같은 연약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은 탈옥을 했고, 차를 훔쳤고, 나중엔 경찰을 인질로 삼아 자기의 아들에게 달려가는 것이다. 착하고 소외세력인 이들이 이제 거대 규제세력과 맞서며 자신들의 피붙이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물론 스필버그는 경쾌하고 유머스럽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간다. 그들에게 인질로 잡힌 순찰차의 경찰 맥스웰 슬라이드(마이클 색이라는 배우가 역시 열연했음)를 보라. 여기서 전형적인 스톡홀름 신드롬을 보여준다.(가만, 맞는가? 뭐, 인질은 결국 인질범의 극한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심정적으로 그 범죄행위에 동조하게 된다는 뭐 그런 용어인데...스톡홀름이 아니면 코펜하겐쯤 될거다. 뭐 그 동네이니깐.. 내가 아직 인질극을 벌여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그는 처음엔 이 황당하고 어설픈 자동차절도범에게 당황해한다. 하지만 이들 부부가 아주 순박하고, 범죄의 목적이 자기의 아들을 찾아가는것이라는데 어찌 미워만 하고 증오만 하리오. 그들은 멕시코에서 이제 '슈가랜드'라는 동네로 내달린다. 그들의 아주아주 어린 아들이 슈가랜드로 입양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다른 휴머니스트인 보안관 테너반장(벤 죤슨이 연기)을 보게 된다. 그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다. 이들 부부가 그 어떠한 악의나 분노로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는 이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그들이 슈가랜드까지 가도록 배려한다. 그리고 줄곧 그들 뒤로는 수십대의 경찰차들이 '추적'한다. 생각해보라. 얼마나 장관인가.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가 열심히 미국대륙을 횡단할 때, 마치 올림픽 성화봉송주자를 맞는 마을 사람들처럼 모두들 나와 힘내라고 응원한다. 여기 이제 그들에게도 많은 미국의 소시민이 나서서 그들에게 힘내라고 한다. 아기 입히라고 옷과 인형도 건네주며 말이다. 가족과 사랑. 휴머니티.. 그것이 이후 나올 모든 스필버그 영화의 주제인 것이다.

  물론 결과는 허망하고 슬프다. 아마, 스필버그 영화중 가장 여운이 남을 라스트일 것이다.

  스필버그가 1974년에 그릴려고 했던 미국의 모습은 이처럼 작은 소시민이 자신들의 유일한 행복을 지키려고 발버둥치지만 결국은 관료제도와 법률제도로 허망하게 주저앉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더욱 스필버그 작품 중에서 빛이 나는지도 모른다. (박재환 1999/5/30)

The Sugarland Express 슈가랜드 특급(1974)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골디 혼, 벤 존슨, 마이클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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