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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숲의 성] 모노노케 쇼군 본문

일본영화리뷰

[거미숲의 성] 모노노케 쇼군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4.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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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1998/?/?]   영화제목 옮기기도 참 어렵네.. 일본어 원제목은 [蜘蛛巢城] 이다. 영어제목은 직역한것만 해도 [Castle of the Spider's Web], [Cobweb Castle], [Spider Web Castle] 등이 있고, 원작인 세익스피어의 [Macbeth]로 소개된 것도 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감각의 제목으로는 "피로 (얼룩진) 권좌"라는 뜻의 [Throne of Blood]가 가장 서구틱하며 영화의 내용을 제대로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제목은 [거미집의 성]이다. 영화의 천황 구로사와 아키라가 죽기 전부터 꼭 아키라 감독의 작품을 무척이나 보고 싶었었다. 그런데 비디오 구하기도 쉽지않고 제대로 볼 시간도 없고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그의 1957년 작품 <거미집의 성>을 보았다. 이 영화는 <라쇼몽>이나 <요짐보>보다 확실히 더욱더 진보하였고, 스케일이 커졌다. 훨씬 거장의 손맛이 느껴지는 정제된 작품이다. 이 영화의 배경은 일본 중세, 거미집으로 불리우는 숲과 그 곳에 위치한 한 난공불락의 城이다. 미로같이 복잡한 숲길은 무사들에게 길을 잃어 방황하게 하는 동시에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배신과 음모, 갈등의 안개속 정경을 상징한다. 이 영화는 원래 세익스피어의 작품 <맥베스>를 원안으로 일본의 중세 무사시대를 배경으로 윤색한 것이다. 세익스피어하면 죽은 "오손 웰즈"랑 살아있는 "케네스 브레넌"을 떠올리겠지만, 구로사와도 살아생전 세익스피어에게 경도되어 몇 작품을 남겼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영국의 영화 지망생들이 세익스피어를 필생의 해석 작품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인도와도 바꿀수 없다는 말이 제국주의적 헛튼 소리만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만큼 영어 문화권에서는 끝없는 영감과 재창조의 여지를 주는 존재임을 나타내는 말임을 이해하는 것이 나으리라 본다. 그래서 영화 들어가기 전에 잠깐 문학적 소양을 쌓아야겠기에 서점에 다녀왔다. <멕베스>는 읽어본 지가 20년도 더 된 것 같아서...

(음..내가 처음 세익스피어"소설"을 본 것은 국민학교때였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세익스피어가 쓴 것은 연극 대본(희곡)이었고, 그걸 찰스 램과 메어리 램 남매가 소설체로 바꾼 것이고, 오늘날 대부분 나처럼 소설로 접하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요즘은 당연히 영화로 먼저 접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하나의 섬나라 영국의 북부 스코트랜드 지방에 11세기에 실제했던 인물 멕버스에 관심을 가진 17세기 인물 세익스피어가 각종 역사자료로 재구성한 이 <멕베스>는 당연히 문학성과 예술성이 철철 흘려넘치는 작품이다. 책 내용을 잠깐 보면, 온순하기 그지없던 던컨이 스코틀랜드의 왕이었을 때, 영주 멕베스는 아주 용감하고 능력있는 장군이었다. 멕베드와 그의 친구 뱅코우가 대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숲에서 마녀 3명을 만난다. 이 마녀는 멕베스에게 "미래의 국왕만세!"라고 했고, 몇가지 예언을 해준다. 그 내용인즉슨 "멕베스는 왕이 될려고 하고, 멕베스의 뒤를 이어 벵코우의 아들들은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다!" 멕베스는 무슨 불충한 소리냐고 넘어갔지만, 전승의 공로로 公의 작위를 얻게 되면서 점점 그 예언에 마음을 끌리게 된다. 더구나 교활하고 사악하며, 야심에 가득찬 멕베스 부인이 멕베스를 부추겨서 던컨왕을 죽인다. 그리고 그리고 벤코우마저 살해한 후, 그는 영국 국왕의 권좌를 키워나간다. 하지만 항상 죄의식에 사로잡힌 그에게 벤코우의 환영이 나타나고, 그에게서 멀어진 친구와 덩컨과 벤코우의 아들이 군사를 규합하여 멕베스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이에 멕베스는 다시 숲속의 마녀를 찾아가니, 마녀들은 다시 영혼을 불려내어 예언을 해준다. "첫째 영혼은 파이프 영주을 주의하라고 이르고, 둘째 영혼은 여자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그 누구도 맥베스를 해칠 힘이 없음을 일깨우고, 셋째 영혼은 버어남 숲이 그를 반대해서 던시네인 언덕으로 옮겨올 때까지는 멕베스는 절대로 정복 당하지 않는다"는 수수께끼같은 말을 해준다. 그러나, 결국 벤코우의 아들 멜컴을 옹립한 세력에 의해, 멕베스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예언은 그런대로 맞아떨어졌었다. 맥다프 장군은 달이 차기 전에 자기어미의 배를 가르고 나왔었고, 병사들은 나뭇잎으로 숲을 만들어 조금씩 전진해 왔던 것이었다. 소설속의 멕베스는 처음부터 사악한 인물이 아니었다. 마녀의 예언에 의해 혹시나 왕좌를 차지할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갖기는 했지만, 아내의 끊임없는 부추김. 충동질과 음모에 자기도 모르게 왕위 찬탈에 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성격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끝없이 고뇌하고 갈등한 결과 스스로를 나약한 존재로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환영에 사달리리다가 끝내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야심에 가득한 한 인간 존재가 스스로의 도덕률에 얽매여 갈등을 겪다 망하고마는 이러한 문학적 내용은 이후 줄곧 인간전형의 하나를 다루는데 인용되곤 한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세익스피어의 <멕베스>에서 인물유형과 플롯을 차용해서 일본식으로 고쳐놓았다. 중세 사무라이 시대, 지방의 반란군을 제압하고 귀환하는 제1성의 성주 와시쓰와 2성주 미키는 거미성의 숲에서 마녀와 마주친다. 마녀는 와시쓰가 곧 북성의 성주가 되고, 이어 본성의 최고 영주가 될 것이며, 미키는 제1성주가 될것이며, 그의 아들은 나중에 와시쓰의 뒤를 이어 최고의 영주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말에 반신반의 하던 그들은 전승의 공로로 스쯔키 영주가 그들을 북성의 성주와 1성의 성주로 각각 임명하자, 그들은 에언에 사로잡히게 된다. 또한 모략가 타입인 와시쓰의 아내 아사지는 남편을 부추기기 시작한다. "사무라이의 꿈은 성주가 되는 것"이라는 아사지의 충동질에 와사쓰는 스즈키 성주를 살해하고, 거미숲의 성을 차지한다. 그리고, 미키마저 살해하고, 세력을 펼쳐간다. 하지만 죄의식에 시달리는 그에게 미키의 환영이 등장하고, 미키의 아들이 세력을 규합하고 와시쓰에게 대항하고 나서자 상황은 어려워진다. 숲속의 마녀는 "거미숲이 성으로 옮겨지지 않는 한 와시쓰는 결코 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려준다.

결국 성안의 사람들이 하나씩 그에게서 마음이 떠나게 되고, 나무로 분장한 군사들이 거미성을 압박해 오자, 성안의 그의 병사들이 와시쓰를 배반하고는 화살을 쏟아붓는다. 어찌할바 몰라하는 와사쓰는 이내 비참하게 부하들이 쏟아붓는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어 죽는다... 그리고 거미숲의 성은 이제 폐허가 되어 버린다. 안개 자욱한 숲에는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 같고.. 음울한 음악만이 계속 허공을 가르며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은 무슨 오페라같은 양식의 노래가 나온다. (쉽게 설명하면 우디앨런이 <마이티 아프로디테>에서 사용한 코러스 형식처럼 극의 전개에 있어서 주요한 주제를 압축적으로 노래로 설명해준다 ) 내용은 야심에 불타던 장수가 지금 허망하게 죽었다. 이 성에는 잡초만이 무성하다..뭐..이런 내용으로 말이다. 그동안 화면은 <蜘蛛巢城趾>라는 비석을 비추어준다. 안개가 자욱하고, 잡초가 띄엄띄엄 있는 그러한 고성의 잔해를 보여주므로써 한때 치열했던 살육의 현장, 혹은 권좌 찬탈의 장소를 비극적으로 비추어 주는 것이다. (이정국 씨의 <구로사와 아키라> 책을 보니 일본전통 연극 "노(能)"의 형식이 활용된 영화라고 한다. 가부끼도 뭔지 모르는 박재환이 "노"가 더더군다나 뭔지 어찌 알리오. 어쨌든. 이 영화는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아주 창의적으로 해석한 명작임에는 분명하다.

영화를 보며, 11세기의 스코틀랜드와 중세 어느때(전국시대였다고 한다)의 일본의 상황이 비슷함에 놀랐다. 물론 인류역사의 발전 단계가 일정한 룰을 가져서 그렇겠지만. 절대권력의 세습이 아직도 완전히 자리 잡기 전에 많은 왕위 계승권자들이 암투와 모략, 전쟁과 배신을 일삼으며 권력을 차지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그러한 행위는 때로는 숲의 정령이 점지내지 예언해 주었듯이, 신화적 성격을 띄기도 하기 때문이다. 와시쓰가 무엇이 되었든 결국은 그에 대한 명분이나 카리스마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는 결국 실패하는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해석에 따르자면, 그의 우유부단하고, 죄의식에 사로잡힌 나약한 "성격" 때문에 "운명"을 돌려놓지 못하는 것이었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이 영화를 통해 그러한 성격과 운명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것이다.  (박재환 1998/?/?) 

蜘蛛巢城 (1957)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imdb   네이버영화  日本映画データベース=jmdb.ne.jp  allcinema.net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Kurosawa_Ak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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