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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리뷰

[간장선생] 간염과 군국주의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4.2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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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1-6-11]  물론, 이 영화에서 말하는 '간장'은 음식이 아니라 신체의 장기를 일컫는다. 우리 나라에 일본영화가 정식으로 개방된 역사는 일천하지만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대표작은 이미 소개되었다. 그것도 둘 다 깐느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나라야마 부시코>와 <우나기>이다. 이 <간장 선생>도 지난 98년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때 폐막작으로 국내 영화팬에게 이미 한차례 소개된 작품이다. 얼마 전에 막을 내렸던 54회 깐느 영화제에서는 올해 75살의 이마무라 감독이 신작 <붉은 다리 아래 흐르는 미지근한 물>로 경쟁부문에 진출하여 깐느영화사상 전무후무한 3번째 황금종려상 도전이라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물론, <붉은 다리...>는 수상에 실패하였지만 여전히 해외영화제에서 이름 값을 하는 일본 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주었고, 그 영화 또한 수입이 확정되어 올 연말쯤 개봉을 준비중이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같은 작가계열의 감독의 작품은 그의 전작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나라야마 부시코>에서는 부락생활을 영위하는 원시적 일본사회를 통해 힘겨운 현실 삶에서 붕괴되어 가는 가족 구조와 그 속에서 힘겹게 유지되어 가는 공동체의 삶이 감동적으로 그려졌었다. 반면 , <우나기>에서는 질투에 눈먼 중년 남성의 성적 무기력에서 인간욕망의 근원적 두려움을 소스라치게 그려내었다. 그런 이마무라 감독이 나이 일흔 셋에 내놓은 것은 놀랍게도 일본 근현대사에 대한 작가적 양심의 소리이다. 우리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에서 보여주는 시대상황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군국주의 일본. 일본 황국의 모든 군인들과 신민들이 천황의 명에 따라, 대동아 공영권 창달을 위하여 내달릴 때, 과연 다른 소리를 내는 지식인은 없었을까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는 최근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진주만>에서 가미카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제국군인들에게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유머라든지 휴머니티는 전혀 없는 박제된 군인들인 일본군의 모습 말이다. 물론, 일본현대사에 있어 공산주의자나 아나키스트들은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군국주의 일본 내에서도 자유주의적 시민의식의 소유자는 분명 존재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시골 마을의 아카기 의사(이모토 아키라)는 독일 유학을 한 인텔리겐차 임에는 분명하다. 그가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미군의 원폭이 떨어지기 얼마 전의 시대적 상황에서 어떠한 역사의식과 지식인의 책무를 가졌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에 접근하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역사의식을 훔쳐보는 방식이기도 하고 말이다.

영화는 1945년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기 두 달 전. 일본의 작은 어촌마을의 50대 의사 선생님의 의료활동을 그린다. 그는 매일같이 우스꽝스런 표정으로 마을을 뛰어다니며, 마을의 모든 환자들에게 '간염이군요. 과로를 피하시고 편히 쉬세요."라는 진단만 내린 채 포도당 주사를 놓아줄 뿐이다. 그는 그러한 진단과 그러한 처방으로 마을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다. 마을 군 지휘관에게 미움을 받으면서도 그가 전시 일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간염 진단과 간염치료에 매달리는 것뿐이다. 그는 마을의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네덜란드 전쟁포로의 도움으로 간염 정복에 매달린다. 하지만, 시대는 그렇게 한 평화로운 의사의 평화로운 연구활동을 놓아두지 않는다. 포로는 잡혀가서 고문당하고 현미경은 박살난다.

이 영화에서 아카기 의사의 희생정신과 직업정신을 감동 받은 창녀 출신의 간호사의 당황스런 육탄공세에 아카기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면서 <우나기>에서와 마찬가지의 거세된 욕망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아카기 의사에게는 만주에서 비인간적 생체실험에 참여하는 군의관 아들이 있다.(물론,명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분명 심리적 갈등을 일으켰을 아카기 의사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나 자유주의적 시민의식을 차가운 메스에 숨긴 채 전혀 뜻밖에도 간염 연구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그에게는 치명적 간염의 전염, 혹은 확산이 군국주의의 암울한 점령쯤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영화 마지막은 푸른 바다에 일엽편주 떠있는 나룻배 위의 의사와 간호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 너머로 원폭투하로 생긴 버섯구름이 보이고, 조각배 밑으로는 거대한 고래가 나타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끝난다. 이마무라 감독은 731부대에서 행해진 인체실험이나, 남경대학살, 위안부문제 같이 당시 일본군에 의해 자행되었던 각종 비인간적 전쟁범죄에 대해 일본 지식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자기 소리를 낸 셈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러한 상징체계에 귀 기울일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참고로, 아카기 의사 역을 맡은 배우 이모코 아키라는 <쉘 위 댄스>에서 사립탐정으로, <으랏차차 스모부>에서는 스모 코치로 나왔던 바로 그 배우이다.   (박재환 2001/6/11) 

カンゾ-先生 (1998)
감독: 이마무라 쇼헤이
주연: 이모토 아키라, 카라 주로, 세라 마사노리
한국개봉:2001년 6월 16일
98년 3회부산영화제상영작
imdb   네이버영화  日本映画データベース=jmdb.ne.jp  allcinem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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