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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천하제일] 호금전식 무협 블랙 코미디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4.20 19:51


[Reviewed by 박재환 2001-7-7]
   부천판타스틱 국제영화제 사상 최고의 기획이라고 평가되는 '호금전 회고전'에서는 호금전 감독의 최고 걸작이라고 일컫어지는 <협녀>를 비롯하여 모두 5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부천영화제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이번 기획전을 위해 오랫동안 홍콩-대만의 여러 기관과 접촉하여 작품을 수급하려 하였지만 개별 작품들의 판권이 모두 나뉘어져 있고, 소장가들이 필름을 내놓지 않아 겨우 다섯 편 만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오랫동안 한국에서는 '호금전'이라는 이름에 비해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평가는 고사하고 조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미 말이다. 아니, 그런 기회조차 가지질 못했다. 대중노선(?)에 따라 철저히 봉쇄되어왔다고 해야할 것 같다. 물론, 그의 작품 중 <협녀>, <충렬도>, <용문객잔> 등은 오래 전에 어떤 방식이었든지간에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되기는 했었다. <<키노>>식 표현을 빌자면 "사지절단의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말이다. 그리고, '영화랑'이란 제작사에 의해 2001년 7월 <협녀> 181분짜리 온전판이 국내에 비디오로 재출시될 예정이다. 불어오는 협객의 칼바람 속에서 우선 비교적 덜 알려진 그의 작품 <천하제일>을 먼저 리뷰한다. 기대하시라~~

사실 호금전이 우리나라에서만 푸대접 받는 것이 아니다. 단지 토니 레인즈나 정성일 같은 사람에게서나 제대로 평가받았을뿐, 그리고 지난 98년 홍콩영화제에서 처음 호금전 회고전이 열렸을 뿐이다. 그동안 너무 오래 잊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물론, 우리나라 영화팬이나 수많은 영화사이트(박재환의 영화사이트를 포함하여)들이 모두 그러한 경시 사조에 한몫 했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에 부천의 김홍준 집행위원장이 정말 탁월한 선택을 한 셈이다. 중국쪽 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도 호금전에 관해서는 기사 몇 개만 건질 수 있었지 영화 <천하제일>과 관련해서는 리뷰는 고사하고 시놉시스조차 구하기 어렵다. 그러니, 이 영화리뷰에 대해선 그다지 기대마시라~~

부천영화제 홍보물을 보면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명'이라고 나와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승려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것이다. 중국전통 시가양식으로 운율을 맞춰 이야기 하기에 왠만한 중문실력을 가진 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보통 어려운 발성법이 아니다.

黃河水 天上來
波濤滾滾入大海
天下多少興亡事
且聽貧道道上來

話說殘唐末年 天下大亂
盤鎭割據流寇四竄
我主英明輔佐太祖皇帝
南征北戰 伐契丹征南蠻
御駕親征來督戰
士氣如虹敵膽寒
只殺得血流成河 屍骨堆山
突然間風雨雷電天昏地暗
統一中原
我主登基定英年
無奈何 南有南唐 北有契丹
危機四伏寢食難安

이 정도면,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짐작할 수 있겠다. '명'시대는 아니고, 당나라 말기가 배경이다. (중국史도 손 뗀지가 워낙 오래되어 가물거려 책을 한번 찾아봐야만 했다) 서기 618년 당 왕조가 들어서고, 690년에 '중국의 유일무이한' 여황제 측천무후는 아들에게서 왕위를 빼앗고 '주(周)'왕조를 선포한다. 그후 중국은 혼란에 휩싸이고 907년 거란족이 북방에 '요'나라를 선포한다. 이후 혼란은 5대 10국이라는 짧은 시기가 삽입된다. 당 왕조 해체후 100년 이상의 혼란기였다. 남부에선느 지방유력자는 지방군벌이 되고 스스로 왕이라 칭하기도 했다. 북부지역에서는 거란족이 침입하였고 말이다. 960년에 황실군의 사령관이었던 조광윤(趙匡胤)이 무력으로 중국을 통일한다. 그가 바로 송 왕조 태조이다. 물론 이 왕조가 북방의 거란족을 제어하지는 못하고, 후에 몽골의 원이 섰다가 1368년에 명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게된다. 그럼, <천하제일>은 언제적 이야기? 영화 마지막에 황제로 등극하는 인물이 바로 조광윤 장군이다. 송이 새로 들어서는 바로 그 직전의 혼란기가 이 영화의 정확한 시대적 배경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나중에 周의 世宗이 되고, 조광윤은 大宋 太祖가 된다.)

영화는 요즘 우리나라 TV에서 인기있는 궁중드라마 형태이다. 아마, 부천때 이 영화를 볼 사람을 위해 줄거리를 설명해줄 필요가 있을 듯하다. 워낙 고어가 많이 등장하는 궁중사극이라서 말이다. 영화에서는 줄곧 '주'나라로 칭해지는 왕조는 바로 망하기 직전의 '당'왕조를 말한다. 마지막 황제는 나이가 들어 정신까지 혼미해진다. 세속적인 말로 노망끼가 발동하는 것이다. 지역은 군사적 파워를 가진 자들에 의해 조각나고 있고 북방에선 거란족이 호시탐탐 중원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황제는 황상에 앉아 조정관료들을 모아놓고 노망기를 보이는 것이다. 매번 혼절할때마다 환관같이 생긴 노인네가 약을 갖다준다. 그가 바로 도인 이진인(李眞人)이며 그는, 진시황에게나 먹였을 법한 각종 단약(丹藥)으로 황제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조정 관료들은 황제의 병을 고치기 위해 신의(神醫)를 찾아나선다. 그가 바로 장도현(張道玄)이다. 허준에 버금가는 명의이다. 이 명의는 치료의 댓가로 그림 한폭을 원한다. 물론, 그 그림은 아주 귀한 그림. 그 그림의 화가를 찾아나섰더니 화가는 또다른 요구조건을 내놓는다. 자신의 그림의 모델이 될 과부를 위한 목걸이를 찾고, 그 목걸이 훔치기 위해 최고의 도둑기술을 가진 자를 찾아나선다. 결국, 신의는 궁중에 들게 되고 황제의 병색을 살피지만.. 영화의 결말은 상당히 허탈하고 급작스럽다. 모든 소동이 마치 한 여름 꿈처럼 덧없다.

이 영화는 호금전의 말기 작품이지만 사실 그의 나이 50, 한창 나이에 내놓은 작품이다. 각본은 호금전이 오념진과 함께 쓴 것이다. 오념진은 최근 후샤오시엔의 대만영화 <하나 그리고 둘>에 배우로도 출연했던 영화인으로 대만에서는 감독, 각본, 배우 등 전천후로 활동하는 영화인이다. 영화 초반, 단약으로 황제를 농락하는 도인을 멀리하라며, 신하 하나가 황제에게 "황상에 오른 자는 文才武略이 천하제일이어야한다"고 간한다. 물론, 전 세계의 중심국가 '중국'에서 만인의 황제인 그에게 꺼릴 것이 무엇이 있으리오. 영화는 그러한 황제와 함께 각 분야의 일인자의 기행을 보여준다. 물론, 의사나 화가나 도둑이나 모두 중국 무협소설(특히 김용소설)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삼국지>에도 나오지 않는가. 수많은 무협영화를 통해 禪의 경지에 오른 俠義를 보여주었던 호금전 감독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영화에서는 劍과 人이 함께 虛空을 휘젓는 액션도, 보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정중동의 카메라도 없다. 한 노쇄한 황제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맞닥치는 일련의 소극들을 통해, 그리고 마지막 결정적 일격을 통해 그동안 무협영화에서 찾고자 했던 道란 것마저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도둑의 딸로 나오는 여배우가 바로 정패패(鄭佩佩)이다. <와호장룡>에서 장쯔이의 사악한 스승으로 나왔던 여자이다. 이 여자는 어릴때 발레를 배웠기에 무협영화에서 그 어느 배우보다 우아한 액션씬을 보여주었다. 호금전 감독은 정패패의 이러한 이력때문에 <대취협>에서 그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것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단 한 차례 정패패는 공중제비를 돌아 담장을 훌쩍 뛰어넘는 장면이 있다. 기억해 두시라. <천하제일>에서 호금전의 숨결을 제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니 말이다.   (박재환 2001/7/6) 

天下第一 (1982) All the King's Men
감독: 호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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