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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타임즈] 후효현 감독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본문

중국영화리뷰

[쓰리 타임즈] 후효현 감독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4.2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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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7-2-15]  세계영화사(史,) 혹은 영화시장에 있어 ‘대만영화’ 섹션이 있긴 하다. 중국이나 홍콩과는 달리 거의 잊혀져가는 작은 나라의 애틋한 장(章)이다. 자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5%도 채 안되지만 영화사에는 후효현이나 채명량, 양덕창 같은 거장의 이름이 뚜렷하게 쓰여 있다. 후효현 감독은 <비정성시>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대만 안에서는 대단한 감독이고, 대만 밖에서는 존경받는 영화인이다. 그가 아무리 대만에서는 죽을 쑤는 (대만 영화팬들은 그의 영화들에 대해 ‘박스오피스의 독약’이라고 부른다!) 영화를 만들어도 세상의 일부 영화팬들은 기꺼이 열광하며 거장의 영화에 빠져든다. 후효현 감독의 2005년도 작품 <쓰리 타임즈>는 그의 다른 영화가 언제나 그러했듯이 국제영화제(깐느)에서 먼저 소개되었고 자국에서는 철저하게 외면당했으며, 한국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다. 보통 여기서 끝이다. 그런데 최근 다행스럽게 이런 영화만을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극장이 생기면서 한국 영화팬들과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쓰리 타임즈>는 스폰지하우스라는 극장에서 개봉된다. 얼마나 오래 걸려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후효현 감독을 존경하는 영화팬에게는 천만다행인 셈이다.

  <쓰리 타임즈>는 후효현 영화이다. 조용하며, 우울하며, 음악이 인상적이며, 카메라워킹이 뛰어난 그런 영화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세 편의 주인공은 모두 대만출신 배우 장진과 서기가 맡았다.

첫 번째 이야기: 戀愛夢

  배경은 1966년 대만남부의 항구도시 까오슝이다. 후효현 감독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대륙(중국)은 모택동에게 빼앗기고 섬으로 쫓겨난 장개석이 지배하던 당시의 대만. 하지만 영화는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이야기는 일체 없다. 그 시절 그런 모습을 보였을 당구장에서 입대를 앞둔 장진이 하루하루를 소일한다. 그러다가 당구장 아가씨(서기)에게 연정을 느끼고 연애편지를 전한다. 군대에서도 열심히 그 여자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휴가 나와서 그 당구장을 찾아가보니 그 아가씨 그 곳에 없다. 휴가 장병, 아쉬운 마을에 그 여자를 찾아 지룽, 타이중, 윈린, 자이, 타이난 등을 쫓아다닌다. 그리곤 마침내 재회. 휴가장병은 군대복귀 막차를 놓쳤지만 ‘마침내’ 여자 손을 꼭 쥘 수가 있다. 영화는 후효현표 대만영화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대만말로 이루어진다. 영화 내내 ‘Smoke Gets In Your Eyes’와 ‘ Rain and tears’ 같은 올드 팝송이 나온다. 그리고 한국 관객에는 낯선 청말민초 시기의 남관악곡인 대만 옛 노래가 흘러나온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장진이 왜 대만에서는 톱 모델로 꼽히는지, 서기가 왜 영화감독들로부터 사랑받는지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자유몽

  지난 1998년, 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효현 감독의 <해상화>(상하이의 꽃)는 전설적인 영화로 남아있다. 양조위가 출연한 <비정성시>의 감독이 내놓은 굉장한 영화라는 소문에 선뜻 입장했던 많은 관객들은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화면전개에 거의 실신할 지경이었다. 물론, <해상화>는 후효현 미장센의 최고봉에 속한다. 그 누가 그만큼 유려하게, 우아하게 황홀하게 유곽과 그 등장인물을 카메라에 잡아낼 수가 있단 말인가. <쓰리 타임즈>의 두 번째 이야기 ‘자유몽’은 바로 그 <해상화>의 대만 버전이다. 때는 1911년. 대도정. 주인공(역시 장진)은 변발과 청나라 복장을 한 구식인사이다. 하지만 그는 신문사에서 글을 쓰며 일본식민지에서 탈피하자는 계몽-혁명의식을 가진 신식인사이기도 하다. 장진은 서기가 대표 호스티스(이 당시 이런 업종에 종사하는 여인네를 정확하게 어떻게 번역 소개해야할지는 일본 ‘게이샤’만큼 난감한 일이다)로 있는 유곽에 와서는 우아하게 차를 마시거나, 손님을 만나며 소일한다. 서기는 앵앵거리는 노래를 부르며 손님의 비위를 맞춰준다. 유곽의 한 여자가 문제가 생기자 장진은 직접 나서 물질적 도움을 주며 해결해준다. 그리곤 ‘무술유신에 실패하여 일본으로 망명한 양 선생’이야기를 꺼내며 대만도 새로운 혁명의식을 받아들여야한다고 여자에게 넌지시 일러준다. (아마도 양계초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조용히 이 개화혁명 의식에 사로잡힌 신사의 말을 조곤조곤 듣던 서기가 마지막에 가서는 눈물을 흘리며 이런 말을 내뱉는다. “나도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님은 왜 내 맘을 몰라 주냐”고. 재밌는 구석이 있다. 혁명을 하겠다는 사람이 유곽에서 돈거래로 묶여있는 기녀에게 정치적 이야기를 나눈다니. 두 번째 ‘자유몽’도 우리에겐 역사적으로 공백에 해당하는 대만 근대화 과정의 한 삽화를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세 번째 이야기: 청춘몽

  이 이야기는 감독의 전작 <밀레니엄 맘보>의 자매편으로 읽힌다. 배경은 2005년 대만 수도 타이베이. 장진은 사진사로, 서기는 전위적 가수로 등장한다. 둘은 연인사이인 것 같으면서도 각기 따로 애인이 있다. 게다가 서기는 동성애 친구를 두고 있다. 영화는 술 취한 세기말 연인을 비추듯 흔들리고 혼란스럽다. 남자의 모터사이클 뒤에서 여자는 자신의 삶과 청춘의 꿈을 곱씹고 있는 듯하다.

   후호현 감독 작품에서는 대만근현대사의 고통과 대만인 개인의 삶의 편린이 아스라이 박혀있다. 우리 같은 제3자에게는 그러한 그림들이 ‘단순화’되어 현대인의 고뇌, 갈등, 슬픔으로 받아들여진다. 그 때문인지 그의 영화에선 뜻밖에도 탈역사화된 개인의 신념까지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처럼 말이다. (박재환  2007/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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