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www.kinocine.com 박재환 영화이야기 (페이지 리뉴얼 중)

[도화읍혈기] 완령옥과 김염의 로맨스 본문

중국영화리뷰

[도화읍혈기] 완령옥과 김염의 로맨스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4.20 19:22

[Reviewed by 박재환 2005-6-24]   장만옥이 출연한 관금붕 감독의 [완령옥]이란 영화는 1930년대 중국영화의 최고 인기 스타배우 완령옥을 다룬 영화이다. 스물 여섯이라는 짧은 삶을 자살로 마감했던 이 여배우는 아직까지도 무성흑백영화 시절의 영화여왕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일반 영화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이 시절 완령옥과 함께 '영화황제' 소리를 듣던 '김염'이란 배우가 있었고 그가 바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염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두 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러 중국으로 이주한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북간도와 중국 동북지방에서 한국독립을 위해 삶을 바쳤고 김염은 어린 나이에 천진과 상해 등을 전전하며 학교를 마쳐야했다. 그가 결국 상하이의 영화판에 정착한 것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192~30년대는 외국 조계지가 위치했던 상해가 영화의 중심지였다. 잘 생긴 외모, 확실히 이목구비 뚜렷한 그는 곧바로 상하이 흑백무성영화시절의 최고 인기 남자배우가 된다. (그 후 상하이를 차지하기 위해 장개석의 국민당군과 공산당 세력간의 싸움, 일본군의 침략 등이 이어지며 김염은 유랑을 거듭하고 마침내 해방중국에 남게 된다. 그리고 문혁 기간 동안 고생하게 되고 살아 생전 서울에 오지 못한 채 이국 땅에서 눈을 감는다. 그의 하나뿐인 피붙이는 문혁 기간의 충격으로 정신지체아가 되었단다. 완령옥보다 100배는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산 '김염'의 이야기는 일본의 중국영화전문가 스즈키 쓰네카쓰가 쓴 <<상해의 조선인 영화황제>>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 완령옥과 당대 최고의 남자 배우 김염이 함께 공연한 작품은 [야초한화](野草閑花,1930년), [세 명의 현대여성](三個摩登女性, 1933년) 등이 있다. 이 중 [도화읍혈기]를 소개한다. '도화읍혈기'는 90분 정도의 무성흑백영화이다. 제목은 '복사꽃과 함께 피를 토하며 쓴 기록' 정도의 의미이다.

  중국의 어느 시골마을. 소를 방목하여 키우는 곳이다. 도적 떼들이 소를 훔치러 몰려오고 용감한 김씨 아저씨는 이들과 용감히 맞서 싸운다. 결국 도적 떼들을 몰아낸다. 이때 그의 처가 딸을 낳는다. 바로 린(林)이다. 어미는 마당에 복사꽃을 한 줄기 심으며 잘 자라기를 소망한다. 5년 뒤, 땅 주인 아줌마가 어린 꼬마아들을 데리고 나타난다. 꼬마 아들은 곧바로 린과 사이좋게 지낸다. 이 가난한 소작농의 딸이 바로 완령옥이 되고 지주의 아들(김덕은)이 김염이 되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청년 덕은(김염)은 린 꾸냥(완령옥)에게 연정을 느낀다. 둘은 함께 들로, 산으로 데이트를 하며, 인파가 넘치는 시장에서 청춘의 짧은 열정을 만끽한다. 하지만 당시의 계급사회에서는 이루지 못할 사랑이었다. '덕은'은 린 꾸냥을 자신의 집에 숨겨둔다. 이 때 부모가 점지한 아가씨 연연(娟娟)이 등장하고 둘의 사랑은 깨어질 순간이다. 덕은의 모친은 이들의 관계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린 꾸냥은 자신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는 덕은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한다. 시골에서는 병약한 린의 어미가 애타게 완령옥을 찾고 아비는 딸을 찾아 지주의 집을 찾아온다.

  린 꾸냥은 이미 덕은의 아이를 가진 상태. 하지만 덕은의 모친의 반대로 둘은 결국 헤어지게 되고 시골집에서 쓸쓸히 죽어간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덕은은 모친을 반대를 무릅쓰고 달려온다. 덕은은 자신의 사랑이 린 꾸냥 뿐이라며 남은 아기를 안아든다. 다음 장면은 덕은이 아이를 데리고 린 꾸냥의 묘를 찾는 장면. 덕은의 모친은 그런 아들을 이미 받아들인 모양이다.

  영화에서 '도화'(복사꽃)는 가난한 시골 여자의 운명을 상징한다. 이 당시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계급사회에 반하는 자유연애, 봉건타파의 자유주의적 의식이 가미된 작품이 제법 된다. 이 영화도 그러한 부류이다.

  이 영화는 비록 무성영화이지만 처음 자막 오를 때 김염은 '김덕은(金德恩)' 역을 맡는다고 나온다. 그리고 영화에는 대사 부분이 자막으로 처리되는데 중국어와 영어이다. 덕은이 모친에게 편지를 남기는데 영어 서명은 덕은에 해당하는 DE-EN(더은)이 아니라 한글발음에 가까운 'Tek en'으로 나온다. (실존 인물 김염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상해가 일본에 점령된 후 일본군은 줄기차게 김염에게 중일우호합작선전영화에 출연해 줄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김염은 야반도주한 후 일본에 끝까지 대항한다!)

  이 영화는 대만영화사에도 특이한 기록을 남겼다. 1932년 이 영화가 대만에서 상영될 때 영화 수입상은 영화 홍보를 위해 따로 노래를 만들었는데 대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노래(桃花泣血記)는 대만가요사에서 대만에서 녹음된 최초의 대중가요라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당시 대만은 우리나라처럼 무성영화에 변사가 있었는데 변사가 노랫말과 곡을 붙였다고 한다.

  또 하나 영화를 보면 두 청춘남녀가 시장통에서 재미난 구경거리를 하나 만난다. 아마 '만화경'인 듯. 눈을 들이대고 보면 그림이 하나씩 넘어가는 '초창기 오락형태'이다. 이때 완령옥이 보다가 화들짝 놀라는 그림이 있는데 여자의 나체 그림이다. 1931년 중국영화에 등장한 여자 올 누드 장면인 셈이다.

  비록 무성영화이지만 김염의 잘 생긴 얼굴은 7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보아도 흐뭇할 정도이다. 중국영화 역사가 올해로 100년 맞는다. '완령옥'은 이름만이라도 유명한데 우리의 '김염'은 의외로 잊혀진 존재라서 안타깝다. (박재환  2005/6/24)

확대

桃花泣血記 도화읍혈기  (1931)
桃花泣血记 / The Peach Girl

감독/각본: 복만창 (卜萬蒼)
감제: 나명우 (羅明佑)
제편주임: 여민위 (黎民偉)
출연: 완령옥(阮玲玉), 김염(金燄), 주려려(周麗麗), 왕계림(王桂林), 한난근(韓蘭根)
imdb   네이버영화   香港影庫=HKMDB   mtime.com
위키피디아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