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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리뷰

[삼국지 용의 부활] 부활하는 조자룡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4.0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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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8-4-8]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는 확실히 중국영화의 해인 모양이다. 중국이 깃발을 휘날리고 할리우드와 홍콩, 한국의 자본들이 앞 다투어 참여한 중국 대작영화들이 줄줄이 만들어지고 개봉되고 있다. 어떤 영화들? 오우삼이 할리우드 작품 활동을 접고 다시 중원으로 돌아와서 [적벽]을 준비 중이며,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불세출의 액션 스타 두 명이 함께 출연하는 [포비든 킹덤]도 주목받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빅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그 라인업에 [삼국지-용의 부활]도 관심을 끈다. 우리가 다 아는 ‘유비-관우-장비’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자룡(趙子龍)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이 영화는 하마터면 양조위 등이 출연하는 오우삼 감독의 [적벽] 때문에 아류작 신세가 될 뻔도 했지만 나름대로 무게감 있는 작품이다. 이인항 감독이 8년 동안 다듬었다는 시나리오에는 <삼국지>의 영웅적 캐릭터의 무게감이 서려있다. 타이틀 롤 ‘조자룡’ 역은 유덕화가 맡았다. 우리가 익히 아는 조자룡은 ‘유비-관우-장비’의 뒷줄에 서 있는 젊은 맹장 아니었던가. 유덕화가 그런 조자룡 역을 맡기엔 너무 나이든 것 아닌가. 하지만 이인항 감독은 ‘젊은’ 조자룡에서 ‘칠순’ 조자룡에 이르기까지 한 영웅의 궤적을 따라간다. 그 덕분에 유덕화의 얼굴에는 한층 더 경륜이 쌓인다.

三國志 - 三國演義 - 그리고, 영화 [삼국지 용의 부활]

  영화 보기 전에 소설 [삼국지]는 읽었을 터이다. 진시황의 시대를 지나 유방과 항우가 싸웠던 중원. 한(東漢)은 무너지고 다시 혼란에 빠진다. 도처에서 황제가 되려는 군웅들이 일어선다. 나중에 위-촉-오를 세우는 영웅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그렇게 건곤일척의 전쟁을 펼치더니 결국 사마염의 진(晉)이 패권을 잡게 된다. 그리고 진수(陳壽)라는 사람이 역사서 [삼국지]를 편찬하면서 이들 삼국지 인물을 기록에 남겼다. 그리고 천 년이 더 흐른 뒤 14세기 명나라 때 나관중은 소설 삼국지인 [삼국연의]를 짓는다. 그리고 다시 700년이 흐른 뒤 이인항 감독은 역사서 [삼국지]에 단지 245자의 기록만 남아있는, [삼국연의]에서 제갈량과 함께 유비의 천하통일에 온몸을 바쳤던 조자룡을 스크린에 부활시킨 것이다.

역사는 역사, 소설은 소설, 영화는 영화

  영화는 소설 <삼국지>의 스토리를 이어받는다. 특히 <<삼국연의>> 92회본 이야기를 충분히 활용한다. 하지만 많은 중국영화/고전 팬들이 지적하듯이 많은 부분에서 ‘충분히’ 각색/윤색되었다. 이인항 감독은 3번의 큰 전투 이야기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첫 번째는 제갈량의 묘수에 따라 조조 군대를 기습하여 대승을 거두게 된다. 이 전투에서 조자룡은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다. 그리곤 장판파에서의 대활약을 보여준다. 그 후 중원은 온통 전쟁통이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가며 허다한 영웅들이 쓰러져간다. 유비도, 관우도, 장비도, 조조도... 하지만 조자룡은 70이 넘어서도 흰 수염을 나부끼면 전선을 지킨다.

    영화에서 조자룡(유덕화)은 고향을 떠나 천하를 평온케 하려는 웅지를 가진 ‘졸병’으로 등장한다. 동향의 나평안(홍금보)과 함께 돌덩이를 나르고 성을 쌓는 공병으로. 물론, 역사서에서는 조자룡이 공손찬의 부장으로 있다가 유비에 기탁하는 맹장으로 등장한다. 역사와 영화의 차이는 출발부터 그러하다. 그리곤 우리가 잘 아는 장판교(중국어로는 장판파)의 맹활약이 이어진다. 유비가 조조에 쫓기다가 부인과 한 살 난 아이를 내팽개치고 도망가고 조자룡이 이를 구해온다. 소설에서는 이 장면이 아주 박진감 넘치게 묘사된다. 조자룡이 혈혈단신으로 조조의 진중을 휘저어놓고는 감부인과 어린 아두(훗날의 2대황제 유선)를 구출해 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둘째 부인은 우물에 뛰어들어 자진한다는 드라마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인항 감독은 조자룡의 활약을 보여주면서 기이한 운명적 만남을 보여준다. 언덕 위에서 조조가 조자룡의 맹활약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 조조 옆에는 어린 여자아이가 있다. 바로 손녀 조영이다. 소설 <삼국지>에 따르자면 조조같이 의심 많고 진중한 사람이 전쟁터에 손녀를 데리고 다닐 턱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조조에겐 아들이 25명이 있었다고 하지만 딸이나 손녀이야기는 보기 어렵다. 이것도 역사왜곡? 이 부분은 영화 <삼국지>에 투자한 한국 영화제작자 정태원 사장의 아이디어란다. 조자룡에 유덕화가 나오니 그 상대역으로 인터내셔널한 이미지의 여배우가 나와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역사에도 없는 미녀 여장군 매기큐가 출연하는 것이다.
   조자룡의 마지막 전투는 봉명산(鳳鳴山)에서 이루어진다. 조자룡은 제갈량에 의해 봉명산에서 미끼가 되는 신세이다. 하지만 그는 역시 천생 무인이다. 영웅으로서 마지막 면모를 보여준다.

비장미 넘치는 유덕화의 마지막 모습
  조자룡이 말을 이끌고 전장에 나설 때 스톱 모션으로 영웅의 마지막 모습을 근사하게 장식한다. 이 장면은 홍콩 느와르가 최정점에 이르렀을 때 많이 보아왔던 클라이맥스의 격한 감정이 살아있다. 마치 <천장지구>에서의 마지막 장면처럼 영웅의 죽음을 비장미 하나로 이끄는 것이다. 그 밑바닥에는 [플래툰]의 허망함과 [빌리 엘리어트]의 비상이 겹쳐진다. 기자시사회 때에는 그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주말에 두 번째 볼 때 조자룡의 최후가 격정적으로 느껴졌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소설 [삼국지]와 중국 역사서를 뒤져볼 수밖에 없었다. 워낙 정사(正史)에 기재된 역사서술이 간략한 관계로, 그리고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소설 <삼국지>의 대중적인 인기로 ‘삼국’연간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영웅’과 ‘간웅’이 펼쳤던 한바탕 판타지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유비에 대해 우유부단하다더니, 이제 와서 보니 조조는 천하의 리더였다든지 하는 평가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일 뿐이다. 조자룡을 통해서본 삼국영웅담 [삼국지 용의 부활]은 볼만한 중국대작영화이다.

   중국네티즌이 지적한 역사적 오류에서 흥미로운 몇 개를 소개한다.
- 우리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나라가 ‘위-촉-오’로 알고 있다. 그래서 영화에 등장하는 군사들의 깃발에 ‘촉’이 나오는 것에 대해 당연시한다. 그런데 유비가 세운 나라 이름은 ‘한’(漢)이다. 이전에 있었던 한나라와 겹치기 때문에 후대 사학자들이 ‘촉’이나 ‘촉한’이라고 부를 따름이란다.

- 극중에서 조조, 유비, 관우, 장비, 황충 식으로 삼국지의 유명 캐릭터는 모두 이름이 불린다. 그런데 조자룡만이 자(字)로 호칭된다.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조운(趙雲)으로 불리어야한다는 것이다.

- 조자룡이 전공을 세운 뒤 고향마을로 금의환향하자 마을사람들이 그를 영웅으로 묘사한 그림자극(皮影戲)을 보여준다. 역사적 고증으론 그 시절에 그 곳에선 그런 형태의 공연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소저 이야기도 창작인 셈이다.
- 중국역사에 화약이 등장하는 것은 진시황 시절 단약을 만들다 부산물로 출현하지만 삼국시기에 이처럼 큰 폭발력의 화약은 불가능했다고도 한다.
 
* 이 영화의 중국어 원제는 [삼국지견룡어갑](三國之見龍卸甲)이다. ‘견룡어갑’의 뜻은 아무리 찾아봐도 알 수가 없다. 영화에서 몇 번 관우와 장비를 모신 사당(묘)을 보여준다. 관우상 앞에는 관우의 갑옷을 걸어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장의 명예를 모시는 일종의 오마쥬일 것이다. 아마도 그 뜻은 “보라, 조자룡의 갑옷을..” 뭐. 이 정도 아닐까? (박재환 2008-4-8)

三國之見龍卸甲
감독: 이인항
출연: 유덕화, 매기큐, 홍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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