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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인간의 조건, 혹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본문

유럽+3세계영화리뷰

[캐릭터] 인간의 조건, 혹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4.0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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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1998-9-29]   (1998년 3회부산국제영화제 관람리뷰입니다) 오늘 네번째 관람영화이다. 세번째 영화부터 아프기 시작한 골반 부위와 허리의 통증은 이제 거의 탈진상태였다. 그러나, 오랜만엔 보게 되는 아카데미 외국어작품상이라기에 기대반 호기심반으로 버티고 앉았었다. 그러나, 솔직히 엄청난 실망감만을 안겨준 영화였다. 이 영화는 올 4월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네덜란드 작품이다. 그 시상식에서는 아카데미 회원들이 <타이타닉>영화만으로 얼빠진 게 아니라, 이런 영화에도 상을 준 걸 보니, 그 영화제의 수준 - 수준이라기보다는, 엄격하게 말하면 어떤 경향을 짐작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김빠진 맥주같은 영화이다. 처음엔 제임스 아이보리 스타일의 시대상 묘사 - 등장인물이나, 사건은 사실 1910~20년대임을 인식할 수 없다. 그러나, 도시와 차, 건물 모든 것이 너무나 완벽하게 멋지게 재현되었다. 아카데미 미술상감은 될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캐롤 리드의 <올리버>인 줄로만 알았던 이 영화는 시간이 갈수록 재미 없고, 주제 없는 아이보리 스타일이 되어갔고, 결국은 '아버지의 위대한 이름'으로 끝난다. 세상에나... 최근 본 스티븐 킹의 <나이트 플라이어>를 연상시켰다. 믿거나 말거나, 편집과 음악까지 비슷하게 들릴 지경이었다. 그 영화는 진짜 호러영화인데 말이다. 어느게 먼저인지는 몰라도 망토 휘두르며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리고 엄청난 카리스마의 인물은 모두 상투적이다.

  이 영화 첫 장면은 한 젊은 남자가 마치 폐허가 된듯한 낡은 목조 건물로 당당하게 들어온다. 그러고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늙고 병약해 보이는 노친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조그마한 손칼을 꺼내어 책상에 타-악 꽂으며 소리친다. "방금 변호사 선서를 하고 왔어요. 나에겐 아버지란 존재가 필요 없어요..." 그러곤 들어왔던 문으로 나가버린다. 그리곤 잠시후 다시 들어와서는 뒤엉켜 싸운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피투성이가 된 이 젊은 남자가 거리를 지나가고, 그의 거처에서, 그는 체포된다. 그 노친네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는 살인혐의 조사를 받게 된다. 그리고는 젊은 남자의 진술을 통해 이 젊은 남자와 노친네와의 관계, 그 애증의 세월을 알게 되고, 당시의 사법체제와 사회상을 알게 된다. 이 노친네는 집행관 (음...우리 식으로 하면, 법원 집달관인 모양인데 스타일로 봐서는 강제 철거용역사장, 사일록같은 고리대금업자)이다. 젊은이의 그 노인에 대한 첫 회상은 이 놈이 빈민들이 거주하는 건물에서 세입자들을 강제 퇴거시키는 무지막지한 장면이다. 바로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부터 이 노친네는 악한이고, 이 젊은이는 정의의 사도임을 알게된다. 그리고, 이 집행관이 그의 집에서 일하는 파출부를 한번 범하고, 임신하게된 그 파출부는 집행관을 떠나서 아기를 낳는다. 그가 바로, 주인공인 젊은 남자였다. 출산을 알게된 집행관은 매달 생활비를 보내주고 결혼하자고 말하지만 여자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여기서부터 이 영화에 대한 혼란은 가중된다. 이 집행관이 나쁜 놈인지, 자기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인지, 자기의 여자, 아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말이다. 어쨌든 애비없는 자식으로 삯바느질하는 엄마 밑에서 그럭저럭 성장한다. 소년은 집안에서 아무 말도 않는 어머니의 침묵을 이겨내기 위해 백과사전을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다 자라나서는 독립해 보려고 발버둥쳐 보지만, 사기도 당하고, 은행빚 때문에 파산선고도 받지만, 결국 그는 법률회사에 취직하여 유망주로 떠오르고.... 나중에는 사법시험에도 합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청년이 믿기에는 이 집행관이란 작자는 피도 눈물도 없고, 엄마나 자기에게는 언제나 방해만 되는 존재인 것이다. (사실, 그렇게 묘사된다. 그의 파산도, 출세길도, 사법시험도 결정적인 순간에 노친네가 걸고 넘어지니까....) 결국, 영화는 플래쉬 백으로, 집행관이 자살한 것으로 드러나고, 그의 막대한 유산이 이 아들에게 넘겨지는 유서를 남긴다며, 허탈하게 끝나버린다.

  이 영화는 많은 장면에서 웃음을 유발시키는 재치있는 장면이 있다. 집행관이 처음 몇번씩이나 우편으로 돈을 부쳐주고, 그걸 거부하는 여자. 그 사이에 불쌍한 우체부의 모습. 그리고, 그리다 만 청년과 법률회사 불어통역비서의 로맨스에서 몇 장면말이다. 그리고, 켄 로치하고는 완전히 동떨어졌지만 정말 수박 겉핥기로 빈민가의 모습이나, 당시의 사회상을 고발하는 듯한 느낌이 있는 장면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다, 가짜이며, 작가의식이 결여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깊이가 없고, 알맹이가 없고, 감동이 없는 지루함만이 남은 영화이다.

  이 영화는 결국 아이보리 스타일하고도 거리가 완전히 멀어져버린 시대상을 다루면서, 주제도, 형식도, 진행도 지루하고 고루하고 한심하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것은 아마도 아카데미 입맛과 수준에 가장 적합해서 일것이다. 그나저나, 이 영화 정식수입되어 극장 공개될 모양인데 좋게 평해주지 못한 점 참으로 유감이다.

  영화제에서 놀란 것은 관객들의 매너이다. 핸드폰 울리는 소리가 채 다섯 번도 안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영화 끝나면 다들 손뼉을 쳤다. 참 흐뭇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대해서만은 전부 침묵으로 일관했다. 관객은 정직하다. 이 영화는 괜찮은 영화가 아니다. (박재환 1998/9/29)

Mike van Diem
1959년 생. 영화비평가로 활동하기 위해 대학 중퇴. 네덜란드 TV영화학교 입학. 졸업작품 <알라스카>로 Dutch Oscar 최우수 단편영화상, 미국 the Student Academy Award 등 수상. TV시리즈 ('93-94)에서 8개의 에피소드 감독. <캐릭터>는 그의 장편 영화 데뷔 작품
 
Karakter (1997) 네덜란드 영화
감독: 마이크 반 디엠 (Mike van Diem)
출연: Jan Decleir, Fedja Van Huet, Betty Schuurman
한국개봉: 1999/1/16   2003//3/9 MBC 심야극장 방영
1998년 아카데미 외국어작품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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