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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Forgive, Not Forget! 본문

유럽+3세계영화리뷰

[인생은 아름다워] Forgive, Not Forget!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4.0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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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1999-2-8]    동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악몽과 죄악은 모두 용서하라.. 하지만, 우리의 부모와, 형제 자매의 희생을 절대 잊지는 말라...

어제 <인생은 아름다워>영화를 보기 전에 케이블 TV Q채널의 다큐멘타리를 한편 보았다. <스필버그의 홀로코스트>란 작품으로 스필버그가 기금을 조성한 쇼아 역사기금회의 기록필름을 재편집한 것이다. 많은 희생자들의 증언과 기록필름으로 엮어진 50분 남짓의 이 필름은 온통 죽음과 눈물, 잊고 싶은 기억과 어쩔 수 없는 관용과 교훈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증언 중 한 바이올리니스트의 기억을 들어보자. 당시 수용소의 독일군은 유태인수용자 죽이는 것이 일종의 유희였다. 그날 따라 기분이 나쁜 독일군은 아침에 점호를 하다가, 그냥 "둘째줄, 넷째줄 앞으로 가!"하면 그 줄은 전부 가스실로 가는 식이었다. 독일군 장교가 어느날 바이얼린 켤줄 아는 사람 이리로 나와 그런다. 그러자 이미 누군가가 트집잡혀 죽을 것임을 알고 있는 유태인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나와서 연주를 하기로 한다. 그때 처음 나온 나이많은 사람이 연주를 한다. 이 사람의 기억으로는 그날 그가 들은 연주는 가장 훌륭한 연주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군 장교가 "그만!"하자, 그 노인은 쇠방망이에 뒷통수를 맞고는 피가 쏟아지더니 앞으로 쿡 고꾸라지는 것이었다. 다음에 그의 차례가 돌아온 것이다. 그리곤 그는 그날 연주한 곡을 들려준다. "푸른 도나우강"이었단다. 그리고 그는 살아났다. 그리고 그는 믿지 못할 이야기라면서 그날 그곡을 생전 처음 끝까지 연주했었던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의 기억은 계속된다. 그는 수용소의 시체치우는 일을 맡았단다. 아침이면 수북히 쌓이는 시체를 화장실로 옮겨 태우는 것이다. 어느날 그가 시체를 옮기는데 어디선가 "물좀 주세요.."라는 가날픈 소리를 듣는다. 아직 살아있은 것이다. 그는 감시병에게 그런다. "살아있어요. 물과 먹을 것을 주면 살아날 수 있어요. 그를 살려놓으면 일도 시키고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독일군은 "화로에 쳐넣어!" 그 바이올리니스트는 그 죽어가는 사람을 화덕속으로 집어넣어야했다. 아니면 자기가 죽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는 밤이면 그 사람의 환영에 시달린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실화이다. 그 시절 유럽 땅에서 히틀러가 살아있을때 7~8년 동안 무려 1200만명의 유태인들이 그렇게 죽어갔다. 단지 유태인이라는 이유때문에 말이다. 유태인들은 독일땅에서 폴란드 땅에서, 네덜란드땅에서, 그리고 이태리 땅에서... 히틀러의 군화밑에 있던 모든 유럽땅에서 색출되어, 유태인이라는 표식을 달고는 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리곤 가스실과 노역속에서, 그리고 재수와 운명 속에서 죽음의 유희를 하였던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의 기억은 끔찍하다. 눈앞에서 죽어간 형제 자매들, 손을 꼭 쥐고 수용소에 도착했다가 그날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갈라선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많은 굴욕과 수모를 감수해야했을 것이다.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은 똑같은 크기의 증오심과 배타심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1998년 이태리 로베르트 베니니는 유태인 수용소의 대학살을 다룬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이미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리스트>이후 대학살을 다룬 영화는 예술성과 교훈을 얻을지라도 흥행과 오락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는 소재였다. 하지만 베니니는 자신의 최대장점인 코미디로 이 역사적 사실을 이끌어내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역사가 남긴 추악한 기억의 잔재속에서 인간이 가질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꺼집어내고, 그것을 영화라는 매체가 이룰 수 있는 가장 환상적이며, 가장 아름다운 영상으로 되살려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는 죽음의 순간에서도 인간의 사랑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베니니가 이태리의 아레조 마을로 친구와 함께 온다. 그는 삼촌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서점을 차리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곧 마을의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 이 전반부는 상큼하고 깔끔한 러브스토리이며, 경쾌한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코미디속에서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처음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가 군중을 뚫고 지나칠때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그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오인과 집단적 행동양태는 그 시대 유태인을 향하는 모든 사람들의 집단 최면상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바로 보통사람들의 '도착'된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그가 장학사로 분장하여 학교에서 아리안 족의 우수성을 이야기할 때의 그 광대짓은 그대로 한 시절 역사를 우롱했던 사실이며, 우화였던 것이다.

아버지와 5살 난 아들이 <유태인과 개 출입금지>라는 상점 앞을 지나칠 때 아들은 왜 저런게 붙어있냐고 묻는다. 아버지는 "그 가게 주인은 유태인과 개를 싫어한단다. 저 건너편 가게에 가보면 캐나다(?)인과 말을 싫어해서, 카나다인 말 출입금지라고 써 붙여놓았단다. 어느 곳에는 중국인과 캉가루 출입금지라고 붙여놓은 곳도 있단다. 사람들은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저렇게 표현한단다. 넌 뭐가 싫니? 거미? 그럼 우리 가게엔 고트族과 거미출입금지라고 써 붙여놓자." 그것은 어린아이에겐 현실에서 벗어나는 환상인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렇게 삶을 속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수용소에 끌려가서 죽음을 기다린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런다. 이 모든 것은 게임이라고. 게임의 규칙은 숨어서, 죽은 듯 지내며 점수를 따는 것이라고. 그래서 먼저 1000점을 따내면, 1등을 하고 상품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고.... 매일 노인과 아이들이 처형되고, 그 시체로 비누를 만드는 시대, 샤워한다고 들어간 건물 속에서 독가스에 질식시되어 죽어나갈때 아들은 그것이 게임이라고 믿는 것이다.

영화에서 마지막에 아들이 통에 숨어있을때 그 틈으로 여자 옷을 입고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나섰다가 발각되는 아버지를 훔쳐보는 아들의 시선이 있다. 아버지는 형장으로 끌려간다. 아들은 꼭꼭 숨어서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러 한다. 이번만 넘기면 1000점을 채우고 1등이 되어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라고. 아버지는 아주 경쾌하게 "에구 잡혔다. 난 10점이 깎이게 되는 거야.. 넌 꼭꼭 숨어있어야 해.."라고 말하는듯 걸어간다. 그리고 그는 곧 처형된다. 아들은 그것도 모르고 꼭꼭 숨어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극장개봉당시 의외로 형편없는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왜 그럴까? 홀로코스트? 이태리영화? 죽음을 다룬 코미디라서? 어쨌든 영화를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만약, 8월에 슬픈 역사를 다룬,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다룬, 상큼한 코미디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기 바란다.

(혹시, 선덴스 영화제에서 선보인 <인생의 기차>(루마니아 라두 미헤일리누감독작품)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 분은 프레미어 99년 5월호 38페이지에 관련기사가 조금 나있으니 참고바람)  (박재환 1999/2/8)

La Vita è bella  Life Is Beautiful (1998)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출연: 로베르토 베니니,니콜레타 브라시,조르지오 깐따리니
한국개봉: 1999/3/6
1999년 아카데미 영화상  3개부문수상 (남우주연/외국어/음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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