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사상가 칼 마르크스가 1843년 쓴 [헤겔 법철학 비판]에는 그 유명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정확한 문장은 이렇다. “종교는 억압된 피조물의 탄식이며, 심장 없는 세상의 심장이고, 영혼 없는 현실의 영혼이다. 이것은 인민(人民)의 아편(阿片)이다.” 이 말은 오랫동안 회자되며 공산주의 국가에서 종교를 탄압하는 논거가 되었다. 하느님의 은총이 사라진 듯 보이는 그곳에서도, 종교는 마약처럼 사바세계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 연말 개봉된 영화 <신의 악단>은 세상에서 가장 폐쇄된 동토의 왕국에서 펼쳐지는 복음의 성가를 다룬다. 2억 달러를 위한 ‘메소드 연기’ 영화는 북한이 처한 딜레마에서 시작된다. 국제적 경제제재로 달러가 절실한 북한에 달콤한 제안이 온다. 평양에 교회를 세우고 인민을 모아 부흥회를 연다면 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것. 체제 수호의 최선봉인 보위부는 고민에 빠진다. ‘절대 지도자’가 엄존하는 땅에 주님의 전당이라니. 하지만 궁하면 통하는 법. 보위부는 외국 지원단체의 현장 확인 전까지 3주일 동안 ‘가짜 신도’들을 양성하기로 한다. 성경을 읽히고, 찬송가를 익히고, 통성기도의 ‘연기’를 몸에 숙달시킨다. 그야말로 전투적이고 혁명적인 ‘메소드 연기’의 시작이다. 아이러니가 만들어내는 코믹함과 장엄함 영화는 익숙한 현실 속에서 펼쳐지는 상황 반전의 묘미를 살린다. 불순세력을 잡아 가두던 보위부가 이제는 외화벌이를 위해 ‘반혁명 작태’인 예배를 완벽히 수행해야 한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7번방의 선물> 각색에 참여했던 故 김황성 작가의 유작이다.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고는 하나, 완전히 매칭되는 실제 사건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하교회의 전설이나 남쪽 종교인들의 선교 활동이 두만강을 넘어 북녘에 온기를 전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실제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평양을 수차례 방문해 김일성에게 성경을 선물했고, 봉수교회와 칠골교회는 여전히 ‘쇼윈도’ 기능을 수행하며 평양에 서 있다. 영화는 이 차가운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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